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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ocus]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 40일 인터뷰

중앙일보 2011.03.19 03:03 주말섹션 12면 지면보기



“스마트 시대, 미디어 규제는 아날로그 수준”





대한민국의 본격적인 베이비붐 시대를 연 1958년 개띠. 산업화 열기 속에서도 민주화 투쟁에 동참한 575세대(50대, 70년대 학번, 1950년대 출생). 12년 동안 문화예술과 미디어·홍보 쪽에서 일한 3선 국회의원.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대통령 제2부속실장을 거쳐 제16대 총선부터 가평·양평 지역에서 3선에 성공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을 역임했다. 문화부 장관 취임 40일을 맞아 단독으로 그를 만났다.



그는 정부 대변인답게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에 대한 애도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는 일본만이 아닌 전 지구적인 문제다. 대지진으로 희생과 고통을 겪고 있는 이웃 나라 일본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 하루빨리 수습되길 바란다.”



●일본을 도와야 한다는 국민적 관심이 높다.



 “가수 이미자 선생과 일본에서 한류를 이끌고 있는 독립제작사 및 협회 대표들이 전화해 일본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동참과 모금운동을 제안했다. 함께 극복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과거 역사를 뛰어넘어 우방이자 이웃 동반자인 일본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데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



●일본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개방에 대한 논란이 있다.



 “개방할 시점에 와 있다.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해 나도 시기상조라고 반대했다. 하지만 4차에 걸쳐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해 보니 우려한 결과의 역전이 일어났다. 과거 역사보다 현실의 실리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우리 문화 수출을 위해서라도 공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했다.



 “한국의 미디어 정책은 통제 내지 규제 일변도였다. 그동안 3개의 칸막이가 미디어를 통제했다. 지역 간 칸막이, 대기업과 자본에 대한 칸막이, 여론의 독과점의 심화를 막는 매체 간 칸막이다. 하지만 휴대전화로도 방송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이런 칸막이가 무의미해졌다. 하루빨리 규제를 정비해야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미디어 기업이 나올 수 있다. 미디어법 개정 당시 앨빈 토플러가 한 말이 크게 와닿았는데, 기술문명은 100마일로 달리는데 정치는 3마일로, 법은 1마일로 가고 있다는 대목이다. 스마트 시대에 스마트 기기를 쓰면서 아날로그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으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콘텐트가 미디어 경쟁력의 핵심이다. 콘텐트 산업 육성 방안이 있나.



 “80, 90년대는 하드웨어 시대였다. 컴퓨터를 만드는 IBM이 최고의 기업이었다. 이후 소프트웨어의 시대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고가 됐다. 기계를 인간에게 접목하는 인터페이스 ‘윈도’를 만들었다. 현재는 애플이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어떤 기계냐가 아니라 어떤 콘텐트냐로 최고가 규정되는 것이다. 콘텐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제도 개선이 우선이고, 다음은 선택과 집중이다. 문화정책을 산업과 복지, 투 트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산업은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킬러 콘텐트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복지의 경우 많은 사람에게 문화복지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콘텐트 산업의 시장 진입을 쉽게 만드는 것도 한 방안이다.”



●현 정부가 허가한 종편 방송에 대한 전망은.



 “4개 종편 방송의 미래가 녹록지 않다. 살 길은 종합선물세트가 아닌 자신이 있는 킬러 콘텐트로 명품을 만드는 것이다. 과거 못살던 시절엔 종합선물세트가 최고의 선물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좋은 단품이 많다. 확실한 콘텐트가 미래다. 종편 방송이 차별화된 콘텐트로 지상파의 매너리즘이나 독과점을 깨야 종편 허가의 의미가 있고, 콘텐트가 다양해진다. 종편이 스마트 및 멀티미디어 시대를 열어야 한다.”



●뉴스 콘텐트 보호에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종이신문 산업이 위기다. 하지만 신문의 가치와 역할은 지속적으로 중요하다. 신문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당하게 취재된 신문 기사에 대해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정부가 기사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기 시작했다. 공공기관들도 참여해야 한다. 종이신문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신문을 통한 교육(NIE)’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 있다.”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 가능성은.



 “낙관도 비관도 아니다. 치러야 할 시험을 단계별로 잘 치르고 있다. 7월 6일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의원 110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4월 런던과 5월 스위스 로잔에서 IOC 위원들에게 테크니컬 발표를 잘하는 것이 핵심이다. 두 차례의 실패를 토대로 IOC 전체 의원에 대한 면밀히 분석하고 일대일로 정성을 쏟고 있다.”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될까.



 “제주도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 지난 한 달을 분석하면 상승률이 가장 높다. 국내외 투표 상승률이 1위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참여는 꼴찌다. 따라서 해외문화원을 중심으로 해외동포, 유학생들과 연대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은 스위스의 비영리 재단인 ‘The 7 wonders’가 주관하는 프로젝트로 전 세계인의 인터넷 인기투표를 통해 세계의 아름다운 자연 비경 7곳을 선정한다. 세계 448곳의 후보지 중에서 제주도가 최종예선 28곳에 선정됐다. 올 10월까지의 투표 결과를 11월 11일 오전 11시(현지시간)에 발표한다.











●최근 정부와 종교계의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민국은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다. 종교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정부의 임무다. 내 종교가 중요하면 다른 사람의 종교도 존중해야 한다. 종교의 큰 기능 중 하나가 사회통합이다. 종교 지도자들이 본연의 순기능인 사회통합을 위해 잘 이끌어 줄 것으로 확신한다. 몇 가지 사건에서 종교와 정부 간 갈등이 있는 것같이 보인 것은 정부의 정성이 부족한 탓으로 본다. 종교를 담당하는 주무 장관으로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해를 살 부분에 대해 해명하고, 종교 발전을 위해 제도나 정책 입안을 통해 오해를 풀 수 있다.”



●정치에 입문한 동기는.



 “80년대부터 학생운동을 했다. 강제 징집을 당했을 때 오히려 해병대를 자원했다. (해병대에 입소한 현빈과 저녁 약속까지 했으나 너무 바빠서 취소했다. 휴가를 나오면 한번 만나기로 했다.) 복학 후 다시 학생운동을 하다가 87년 6월항쟁 때 구속됐다. 당시 결성된 민주화추진협의회(김영삼과 김대중 주도)가 구속된 사람들을 위해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이런 인연으로 정치권과 연결돼 YS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부인은 어떻게 만났나.



 “3당(노태우, 김영삼, 김종필) 합당 후 YS가 민자당 대표로 취임했을 때 여성정책 강화를 위해 여성비서관을 공채로 뽑았다. 그 사람이 집사람이다. 내가 광고 문안을 만들면서 (웃으면서) ‘정병국 와이프(wife)’를 뽑는다고 말했다. ‘말이 씨가 된 셈’이다. 한 명 뽑는데 281명이 지원했다. 아내는 영원한 참모이자 정치 조언자다. 처음에는 생각하는 것도 너무 틀렸다. 하지만 치열하게 논쟁하고 싸우기도 했다. 그러다가 정든 모양이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하다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금실은 어떤가.



 “허허허…. 2000년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기념으로 늦둥이를 가졌다. 장남은 대학교 1학년인데 막내딸은 초등학교 4학년이다. 이만하면 금실이 좋은 것 아닌가. 늦둥이가 예술이다. 후배들에게 늦둥이를 두라고 권한다.”



●인간 정병국으로서 가장 기억나고 의미 있는 일 하나를 꼽으라면.



 “그걸 물으면 어떡하나. 세상에 태어난 것이 의미 있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것은 늦둥이를 본 것이다. 집사람이 결혼할 때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시부모를 모시고 싶지 않고, 자녀는 1명만 두는 것이다. 결국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고, 임종 전 당뇨 합병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했을 때도 수발을 들었다. 자녀도 2명이다. 사실 내가 꾀를 냈다. 큰아들이 집에 오면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자주 말했다. 그래서 집사람과 입양할까 생각했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당선 사례 마무리를 하면서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아내에게 ‘사주 보는 사람이 몇 살에 국회의원 된다고 해서 맞았고, 임종 때 ‘자식 2명이 있다’고 했다. 당신은 끝까지 자식을 더 낳지 않겠다고 하니 밖에서 하나 낳아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협박했다. 그래서 딸을 낳게 됐다. 하하하…. 이것이 운명이다.”



●어떤 문화부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10년을 한 길로 걸어왔다. 국민들과 문화부의 간격을 좁힌 장관으로 일하고 싶다. 골고루 국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장관, 킬러 콘텐트를 하나 만든 장관이면 좋겠다.”



●정치인 정병국의 미래 꿈과 도전은.



 “뭐가 되겠다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온 게 아니다. 내가 할 일을 다 하면서 직분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 정치는 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치인보다 앞서간다.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활용하는 능력도 일반 젊은이보다 못하다. ‘정치인과 리더십의 위기’이자 사회적으로는 보수의 위기다. 보수 언론 역시 위기며, 지상파 방송도 사양산업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시대를 이끌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진보며 젊은이다.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고, 바꿔가면서 집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쪽으로 편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의 관심은 리더십의 위기를 회생시키고, 동료들과 함께 나가는 것이다. 과거 정치엔 선한 과정과 선한 의도에 의미를 많이 뒀다. 이제는 선한 결과가 중요하다. 기계를 혁신시키는 사람들은 보수적인 기업인이다. 이들이 사회를 진보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스마트 기기 등 문명의 이기를 적극 활용한다. 이에 대한 정확인 인식과 중심축에 서 있는 정치인이 필요한 시대다.”



글=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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