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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파워스타일] 소설가 조경란

중앙일보 2011.03.19 00:36 주말섹션 15면 지면보기



내 안에 ‘블랙 본능’ 있다





“블랙은 본능이에요. 블랙 안에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있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아요. 저에게 디자인이란 색이 아니라 형태, 라인이에요. 남들 눈엔 만날 비슷한 옷만 입는 것 같겠지만.”



 소설가 조경란(42)씨가 선택한 컬러는 블랙이다. 그는 검은 빛 안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변주해 나간다. 지루하면 회색, 여름엔 간혹 흰색을 입는다. 무채색의 취향은 장식적인 것을 배제하는 글쓰기와도 닮았다.



 최근작 장편 『복어』의 주인공 ‘그녀’의 할머니는 아홉 살 난 아들 앞에서 독이 든 복어국을 먹고 자살했다. ‘그녀’는 완벽한 죽음을 꿈꾸며 복어 다루는 법을 배운다. 작가에게 글쓰기란, 예술이란 치명적인 독을 품었기에 더욱 매혹적인 미식의 대상이 된 ‘복어’를 탐구하고 맛보는 행위와 다름없으리라. 그런 조씨에게 블랙은 더없이 들어맞는다.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검다. 디자이너 박춘무의 브랜드 ‘데무’의 옷과 벨트다. 박춘무의 세컨 브랜드 ‘디데무’도 즐겨 입는다. 신발은 수제화 브랜드 지오앤사만사(Gio & Samantha)를 택했다. 뾰족한 힐이다. 라인이 중요하니까.



 “봉천동에 사는 가난한 작가인데 비싼 옷 입는 줄 알겠네. 저 쇼핑 잘 해요. 비싼 거 싸게 잘 사는 노하우가 있어요. 명품은 하나도 없어요. 명품 살 만큼 벌지 못하니까. 그리고 로고가 드러나는 건 안 좋아해요.”



 ‘나는 봉천동에 산다’(2002년)는 작가의 대표 단편 중 하나다. 봉천동에서 나고 자란 그는 지금도 부모님과 함께 봉천동에 산다.



 올해로 등단 15년째. 작가로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건 첫 자전소설 ‘코끼리를 찾아서’(2001년)를 발표하면서부터다. 그 작품 이후 외국에 번역되기 시작했다. 코끼리에 대한 애정이 수집벽을 낳았다. 낯선 도시에 가면 코끼리부터 찾았다. 그래서 각종 코끼리들① 이 작업실을 점령하게 됐다.















 그는 야행성이다. 밤새 글을 쓰고 아침에 잠들어 오후 1시에 일어난다. 밤샘 작업에 대한 보상은 커피와 맥주. 가정용 에스프레소 포트의 고전이 된 비알레티(Bialett) 브리카, 칼리타(Kalita) 동포트와 동핸드밀②을 애장품으로 꼽은 까닭이다.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고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은 요가와 비슷해요. 정신수양이 되는 거죠. 머신은 싫어해요. 머신은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



 자가용은 없다. 힐을 신고 작업실에서 집까지, 봉천동 언덕길을 또각또각 걷는다. 가방엔 흰색 넷북 LG엑스노트와 검은색 몰스킨 다이어리③를 넣어 다닌다. 작업실에도 컴퓨터가 있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넷북에 원고를 백업해둔다.



 “만약 도둑이 든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다 가져가세요. 저랑 넷북만 빼고’라고.”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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