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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기부 한류

중앙일보 2011.03.19 00:30 종합 39면 지면보기








‘동일본 대지진’으로 불리는 이번 참사 이후 가장 빨리 움직인 것은 한국인들이었다. 어느 나라보다 먼저 구조대를 파견했고, ‘한류 스타’들은 앞다퉈 통 큰 기부에 나섰다. 김현중과 배용준을 비롯, 장동건·이병헌·송승헌·장근석·안재욱·최지우 등 알 만한 이름들은 모두 수억원씩을 쾌척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움직임 때문에 난처해진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일본의 톱스타들이다. 일본 내에서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외국인인) 배용준도 거액을 내놨는데 (일본의 톱스타인) 기무라 다쿠야는 뭘 하고 있느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일본 톱스타들이라고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일본의 대형 연예기획사 자니즈는 재해지역에 발전차를 파견했고, 기무라 다쿠야와 아라시 등 소속 스타들은 각자 이재민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 등 톱스타가 즐비한 아뮤즈 엔터테인먼트도 마스크 240만 개와 구호용품을 ‘금일봉’과 함께 기부했다. 하지만 한류 스타들의 일사불란한 거액 기부 행렬에 비하면 뭔가 궁색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문화적 차이’로 설명한다. 일본 연예계에선 오래전부터 돈의 힘으로 튀어 보이겠다는 시도를 ‘바이메이(賣名)’라고 부르며 경계하곤 했다. 과거에도 일부 연예인이 거액을 기부하겠다고 나서며 이목을 끌면 오히려 “바이메이를 하자는 것이냐”는 비판적 여론이 일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가수 각트(Gackt)는 일본적십자사의 성금 모금운동에 앞장섰다. 하마사키 아유미도 티셔츠를 팔아 기부금을 마련하는 등 직접 돈을 내지 않는 활동에 나섰다. ‘슬램 덩크’의 이노우에 다케히코 등 수많은 스타 만화가도 돈보다는 이재민을 격려하는 만화로 성의를 표현하고 있다.



 재일동포 방송기획자 홍상현씨는 최근 “한류 스타들의 발 빠른 기부가 일본의 기부문화를 바꿔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기 걸그룹 AKB48이 눈치 보지 않고 5억 엔의 거액 기부를 밝혔고, 대형 기획사인 에이벡스도 1억 엔 규모의 기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서해안 원유 유출 사고 때, 한국 연예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해안으로 달려가 기름 묻은 바위를 닦는 봉사활동에 나섰다. ‘한류 기부문화’가 정착되면 일본 톱스타들도 지진 복구 현장에서 헬멧을 쓰고 땀 흘리는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송원섭 JES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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