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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살인 사건 휘말린 프로야구 포수 출신 7년 전에 무슨 일이 …

중앙일보 2011.03.19 00:28 종합 26면 지면보기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은행나무

524쪽, 1만3000원




소설가 정유정(45·사진)씨의 작가 인생 궤적은 야구로 치면 대기만성형 강타자를 연상시킨다. 정식 문학수업을 받은 적도, 등단한 적도 없는 그는 장편을 세 권이나 출간한 재야의 문사(文士)였다. 언더 그라운드에서 오버 그라운드로 입신(立身)한 계기는 2007년 5000만원 고료의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 두 번째 장타는 2009년 1억원 상금의 세계문학상 수상이다. 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불쌍한 두 청춘의 정신병원 탈출기를 그렸다. 지난해 가을 연극으로 만들어져 무대 위에 올려졌고, ‘식객’을 연출한 전윤수 감독이 영화로 만들기로 하고 현재 캐스팅 작업 중이다.



 정씨가 2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한때 프로야구 1군에서도 포수 겸 강타자로 활약했던 190㎝, 110㎏의 거한(巨漢)이 주인공인 범죄소설이다. 공교롭게 야구 선수 출신이 등장하는 소설. 정씨는 장타를 이어갈 수 있을까.











 소설은 첫 머리, 바다에서의 스쿠버 장면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형적 특성 때문에 다이버를 심해 바닥으로 내다 꽂는 무시무시한 하향 조류, 부력조절장치(BC)에 퍼지 밸브 등 전문용어를 동원한 묘사가 실감난다. 언제 우리에게 이렇게 흥미진진한 바닷속 모험을 보여준 작품이 있었나 싶다.



 세령호라는 호수가 있는 가상의 마을에서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 전말을 한꺼풀 한꺼풀 드러내며 소설은 조금씩 이야기를 진전시키지만 범인은 일찌감치 포수 출신 최현수로 공개한 상태다. 그러니 초점은, 7년 전 사건 발생 당일 밤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체스판의 말 같은 등장인물들은 어떤 이유로 사건에 뛰어들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지로 향한다. 삐뚤어진 성격의 악한이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소설의 살인사건을 비극으로 부를 수 있다면 그리스 고전 식의 운명극이라기보다는 셰익스피어 작품같은 성격극, 심리 비극이다.



 정씨는 이야기꾼으로서 작가적 정체성을 뚜렷히 의식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광주광역시에서 상경한 그는 “스스로 예술가형이라기 보다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엔터테인먼트 작가로 치부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인간 본성을 즐겨 파헤치기 때문이다. 잘 짜여진 일본 범죄 소설을 연상시키지만 뜻밖에도 존경하는 외국 작가는 레이먼드 챈들러, 스티븐 킹 같은 서구 장르문학의 거장들이다. 좋아하는 일본 작품은 요시다 슈이치의 장편 『악인』.



 막판 반전은 정교하고 짜릿하지만 소설은 아무래도 좀 긴 느낌이다. 정씨는 “비옥한 진창처럼 시간을 들여 읽는 작품을 독자에게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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