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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하던 미국, 벵가지 함락 직전 움직여

중앙일보 2011.03.19 00:24 종합 2면 지면보기



유엔 안보리 결의 어떻게 나왔나



무함마드 살람 유엔 리비아 대사(左), 수전 라이스 유엔 미국 대사(右)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no-fly zone)’을 설정하자는 안은 지난달 말 미국이 먼저 꺼냈다.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미 국무장관이 이를 언급하자 영국·프랑스·이탈리아가 호응하고 나섰다. 하지만 군사개입 카드는 곧바로 벽에 부딪쳤다. 러시아·중국뿐 아니라 독일·브라질·인도는 물론 미 군부 안에서도 이견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 군부는 리비아로 전선을 확대하는 데 대해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냈다.



 무산되는 듯하던 군사개입 카드는 카다피 정부군의 공세가 강화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일본으로 쏠린 틈을 타 카다피군은 시민군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시민군이 잇따라 패퇴하며 궤멸 위기에 몰리자 12일(현지시간) 아랍연맹(AL) 22개 회원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공식 요구했다. 총대는 카다피 정부와 단교를 가장 먼저 선언한 프랑스가 멨다. 프랑스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포함한 포괄적인 군사개입 초안을 작성해 15개 유엔 안보리 이사국에 회람했다. 영국도 가세해 14일 안보리 비공개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러시아가 제동을 걸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필요한 군사력은 누가 담당하고, 비용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독일·브라질·인도도 난색을 표하면서 안보리는 공전했다. 돌파구는 우물쭈물하던 미국이 입장을 바꾸면서 열렸다. 카다피군이 승리한 뒤 이어질 대량학살 사태에 대한 우려가 미국을 움직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안보리의 신속한 결의를 압박하고 나섰다. 카다피군이 곧 벵가지를 함락시킬지 모른다는 급박한 전황도 안보리 이사국들엔 부담이 됐다. 미국·영국·프랑스와 레바논의 끈질긴 설득에 안보리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중국도 기권하는 선으로 물러났다. 그 결과 안보리는 17일 오후 6시30분쯤(현지시간)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0 대 기권 5로 가결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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