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테마 읽기] 비움 … 뭐든 쌓아놓고 아까워하나요, 버리세요 세상이 달라집니다

중앙일보 2011.03.19 00:22 종합 27면 지면보기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

브룩스 팔머 지음

허수진 옮김

초록물고기

336쪽, 1만3800원




세상에 희한한 직업도 있다. 사람들이 끌어안고 사는 잡동사니를 버릴 수 있도록 도와주며 보상을 받는다. 이른바 ‘잡동사니 처리 전문가’(clutter buster)란 직업이다. 이를테면, 집안의 소파는 물론 런닝머신과 침대 위에도 옷가지를 걸쳐놓고, 책상 위에도 이런저런 물건을 너저분하게 쌓아 놓고 사는 사람이 혼자 감당하지 못해 ‘SOS’를 치면 이 전문가가 와서 도와준다.



 이 책의 지은이가 실제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책에서 그는 무엇을 버릴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잡동사니가 무엇이고, 그게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해준다. 직접 만났던 고객들의 생생한 잡동사니 사례들과 물질적인 잡동사니가, 실은 마음의 잡동사니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심리학적 측면까지 분석하는데, 마치 ‘갱생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재미와 감동이 느껴진다.











 지은이는 잡동사니가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 즉 자기 학대라고까지 말한다. 예컨대 한 주부는 부엌을 끔찍할 정도로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살고 있었다. 냉장고 속 물건은 죄다 썩었고, 식탁은 책과 우편물, 신문, 오래된 음식이 가득 쌓였다. 지은이는 그곳에서 가족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주부의 절망감을 읽었다. 그는 잡동사니를 함께 정리하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우선”이라는 말을 들려준다.



 작은 원룸을 수 백권의 책으로 가득 채운 여성도 만났다. 대부분의 책은 언젠가 읽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었고, 그는 책을 모두 간직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온전한 휴식처가 되어주지 못한 집에서 책더미는 여자를 포로로 잡은 형국이었다. 지은이는 “사람들은 자신을 지적이고 근사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물건들로 무장하고 싶어한다”며 그것은 일종의 무력감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스스로를 지금 그대로 충분하다고 여길 때 불필요한 책도 잘 처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추억들이 광란의 축제를 벌이게 해놓고 사는 사람들도 적잖다고 말한다. 침실에 동물 봉제 인형만 50개 이상을 갖고 있던 가수, 옷장 문을 열 수 없을 만큼 옷더미에 갇혀 있던 여성, 5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유품에 둘러싸인 남성, 독립한 아들의 물건을 치우지 않은 부부….



 지은이는 우리가 잡동사니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과거의 족쇄에서 풀려나지 못하는 것이며, 일종의 중독이고, 변화에 대한 저항이라고 말한다. 더 많은 물건을 축적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한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인생의 장애물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면 일단 잡동사니부터 버리란다. 삶을 단순화함으로써 생각의 명료함과 통찰력을 되찾으라는 조언이다.



책을 읽으며 머릿 속으로 먼저 해본 잡동사니 버리기 시뮬레이션은 예기치 못한 즐거움과 쾌감을 준다. 집안에 간직해 둘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 주변에 은근히 많은 잡동사니 중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책이다.



이은주 기자



잡동사니 비우기의 원칙



■ 기분을 언짢게 만드는 물건은 잡동사니다



■ 어떤 물건을 버릴 것인가, 간직할 것인가 결정하는데 우물쭈물한다면 그것은 잡동사니다



■ 아무것도 침대 밑에 두지 마라



■ 망가져서 고칠 수 없는 것이나 고치고 싶지 않은 물건은 무엇이든 버려라



■ 다른 사람에게 어떤 물건을 간직할지 말지 의견을 구하지 마라



■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은 버리거나 다른 사람한테 넘겨라



■ 옛날 애인으로부터 받은 연애편지, 이메일, 선물은 버려라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