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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긴급차량만 급유”… 구호 트럭도 멈췄다

중앙일보 2011.03.19 00:14 종합 8면 지면보기



남윤호 특파원, 지진 발생 1주일 아오모리·이와테현 가다



이 휘발유라도 …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피해 지역의 연료난이 심각하다. 차량에 넣을 기름이 없어 구호품 수송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16일 최대 피해 지역 중 하나인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 주민들이 피난소에서 쓰기 위해 쓰나미에 휩쓸려 뒤집힌 차량에서 휘발유를 뽑아내고 있다. [미나미산리쿠 AP=연합뉴스]





# “기름만 있으면, 기름만 있으면….”



 일본 북부 아오모리(靑森)현 하치노헤(八戶)시 방재위기관리과 다자와 오사무(田澤修) 과장은 발을 동동 굴렀다. 연료 보급이 막혔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이곳을 덮친 쓰나미는 선창가에 정박해 있던 어선과 화물선 수십 척을 땅 위로 밀어올렸다. 이 배들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해안가 도로나 주택가에 거꾸로 뒤집어지거나 옆으로 누운 채 방치돼 있다. 다자와 과장은 “배나 잔해를 치울 중장비가 있어도 기름이 없다. 심지어 장비기사가 자기 차 기름이 떨어졌다며 현장에 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어쩔 수 없습니다. 긴급차량 아니면 곤란합니다.”



 “어떻게 안 될까요, 급한데.”



 18일 이와테(岩手) 현청 4층의 긴급차량용 가솔린 급유 허가신청소. 허가서를 받으려는 사람들은 나름 절박함을 호소하지만 담당 직원은 냉정하다. 이와테현에선 허가된 차량만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넣을 수 있다. 일반차량이 한 번에 넣을 수 있는 휘발유는 2000엔(약 2만7500원)어치. 13L쯤 된다. 그것도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 이곳 재해대책본부의 아스카가와 가즈히코(飛鳥川和彦) 과장은 “소방·구급·경찰 등 긴급을 요하는 차량에 한해 허가서를 내준다” 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일주일, 도호쿠(東北) 지역은 최악의 연료난과 물자부족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연료가 모자라 이재민 지원은 물론 복구활동도 지체되고 있다. 잔해를 걷어내야 할 중장비, 구호물자를 운송할 트럭, 쓰레기를 치워야 할 청소차들의 대다수가 멈춰섰다.



 이와테현 미야코(宮古)와 아오모리의 하치노헤의 쓰나미 잔해는 일주일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상태다. 전신주와 담벼락 사이의 틈에 끼인 자동차, ㄴ자로 허리가 꺾인 채 쓰러진 철책, 건물 위에 걸린 자동차와 어선…. 그동안 내린 눈에 하얗게 덮여 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부서진 집채들은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구겨진 성냥갑처럼 흩어져 있다. 도로엔 시커멓고 찐득한 개흙 투성이다. 덜 굳은 아스팔트를 밟은 듯 물컹한 느낌이다. 하치노헤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다카하시 사토루(高橋覺)는 “날은 계속 추운데 잔해더미를 치우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구호물자 보급도 원활치 않다. 물자가 없어서가 아니다. 구호물품은 각지에서 밀려들고 있다. 피해지역 광역 지자체의 창고로 말이다. 문제는 이를 이재민들에게 날라다 줄 트럭들의 기름탱크가 비어 있다는 거다. 그러는 동안 이재민 대피소에선 저체온증과 피로로 사망하는 고령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차편 제공이 힘들어지면서 자원봉사도 벽에 부닥쳤다. 미야기현은 봉사자들에게 자전거를 빌려주곤 알아서 현장으로 가라고 하고 있다. 아오모리현은 혼자 힘으로 현장에 올 수 있는 지원자만 받고 있다. 안명수 아오모리현 민단 부단장은 “한국에서 온 민간 구조대를 위해 현청에 차량 지원을 타진했으나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극심한 연료난은 공급 부족과 보급로 차단 탓이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의 27개 정유시설 중 6곳이 가동을 중단했다. 수도권과 도호쿠 지역을 잇는 고속도로가 파손되는 바람에 비축유 운송도 힘들다.



 18일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을 맞았다. 지진이 발생했던 오후 2시46분 피해 지역에선 일제히 사이렌이 울리고 주민들은 묵념을 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이날 “물·식량이 부족해 참담하다”고 상황을 시인했다.



이와테·아오모리=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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