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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버는 건 기술, 쓰는 것은 예술 … 이왕 하는 김에 많이 하자 생각했다”

중앙일보 2011.03.19 00:10 종합 10면 지면보기



지진 복구 기금 100억원 … 재일동포 사업가 한창우 회장



한창우 회장



재일동포 사업가가 17일 동일본 대지진 복구 기금으로 100억원을 내놨다. 1년 매출이 30조원에 달하는 빠찡꼬 회사 ㈜마루한의 한창우(80) 회장이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모인 성금 가운데 최대 액수다.



- 기부금은 어떻게 모았나.



 “회사가 5억 엔, 직원들이 3000만 엔을 냈다. 전국 사업장에서 앞으로 한 달 동안 수익금의 일부를 모아 1억2000만 엔 정도를 추가로 기부하겠다. 일본 빠찡꼬 조합에서 하는 모금에도 4800만 엔을 내기로 했다. 모두 합해 7억 엔(100억원) 정도 되는 것 같다.”



- 거액을 기부하게 된 동기는?



 “사회에 대한 봉사다. 도시바가 5억 엔, 미쓰비시 상사가 4억 엔을 기부했다. 이왕 하는 만큼 많이 하자는 생각을 했다. 우리 회사가 이 정도 성장한 것은 일본 국민 덕분 아니겠나.”









제한송전 도쿄의 밤 지진 여파로 전력 공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일본 정부가 14일부터 제한송전을 하고 있다. 17일 밤 도쿄 긴자 거리가 제한송전으로 많은 건물의 조명이 꺼져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너무 잘한 결정이라고 한다. 회사 사훈이 노력·신용·봉사다. 사회에 봉사할 수 있어 다들 자부심을 갖는 것 같다.”



- 평소에도 기부를 많이 하는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돈을 버는 건 기술, 쓰는 것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내 나이 올해 여든이다. 10년 전과 비교해도 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돈 많이 쌓아놓으면 뭐하나. 이번에도 한 10억 엔쯤 할 걸 하는 생각도 든다. 할 수 있을 때 사회에 봉사를 더 많이 해야 하지 않겠나.”



- 2001년에 일본 국적으로 바꿨는데.



 “일본에 살면서 그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잊은 적은 없다. 국적은 바꿀 수 있지만 조국과 민족은 바꿀 수 없다. 뿌리나 다름없는 이름 석 자만큼은 끝내 바꾸지 않았다.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 지진 피해는 없었나.



 “전국 280개 사업장 중 26군데가 지진과 쓰나미로 피해를 보았다. 직원 6명은 아직도 생사불명이다. 마음이 아프다.”



- 피해 현장은 가 봤나?



 “접근이 안 된다. 도로가 뚫리면 직원들과 함께 가서 천막 치고 복구 작업에 힘을 보탤 생각이다.”



- 일본은 한 회장에게 어떤 존재인가.



 "나를 낳아준 조국은 대한민국이고, 키워준 나라는 일본이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과거 일본의 침략 행위를 잊을 수는 없지만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미래를 향해 양국이 나갔으면 한다. 일본이 잘 돼야 우리도 잘 되는 것 아니겠나.”



- 일본인들의 재난 대처 태도에 세계가 감탄하고 있다.



 "침착함, 참을성 많음, 예의 바름 등 일본의 국민성은 교육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교육이 중요하다. 일본인들은 어려운 때일수록 단결하는 힘이 강하다. 큰 재난을 당했지만 곧 다시 일어날 것이다.”



고성표 기자



◆한창우 회장 =1931년 경남 사천(옛 삼천포)에서 태어났다. 47년, 16세 나이에 쌀 두 되와 영어사전 한 권만 지닌 채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57년 빠찡꼬 회사 ㈜마루한을 창업해 매출 30조원(직원 수 1만4000명)의 거대 기업으로 키웠다. 포브스가 뽑은 일본 20대 부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한인총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5월 사재 60억원을 출연해 고향에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일본에도 한철문화재단을 만들어 한국 역사와 문화 바로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일본인 부인과 7남매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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