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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워킹푸어와 빈곤의 덫

중앙일보 2011.03.19 00:06 종합 37면 지면보기






김경우
을지대 교수
중독재활복지학과




워킹푸어(working poor)란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말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생활보호 수준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독신이 늘어나고 있으며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과 기존 세대의 고령화 진전,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소득격차의 확대는 현재 워킹푸어가 우리의 삶 속에 얼마만큼 깊이 침투해 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 소득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소득의 계층 간 양극화나 소득 불평등 정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고소득층이 늘어나는 것은 국가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 와중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 더 큰 부자가 되는 중산층보다 더 많이 가난해지는 중산층이 늘어나는 현실사회에, 가난한 사람의 비율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비가 억제되므로 중장기적인 경제성장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안은 심각해지고, 세금 거두는 일도 어려워진다.



 워킹푸어 문제는 단순히 소득이 적은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번 워킹푸어로 전락하면 구조적으로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벌어들이는 소득은 전부 기본적인 생활비로 사용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기업은 장기간에 걸쳐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정규직보다는 언제라도 쳐낼 수 있는 파견직을 선호한다. 이러한 워킹푸어의 원인으로는 부익부 빈익빈을 유도하는 사회구조의 모순과 노동시장의 양극화에 있다. 또 높은 생활비와 고용의 불안정 그리고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임시직 중심의 고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업체·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시장 소득이 상대적으로 축소됨에 따라 워킹푸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청년층 일자리 부족도 청년 워킹푸어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 통계청의 2010년 청년·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노동시장에 2006년 이후 청년층의 고용은 줄어들었고, 다행히 일자리를 얻었다 해도 1년 이하 계약직과 시간제 종사자의 비중이 늘어났다. 한창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며 일해야 할 젊은이들에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암담하기만 하다. 그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자괴감은 자신감 상실로 이어져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젊은 세대의 극단적인 패배주의를 부추길 우려도 크다.



 해마다 워킹푸어는 늘고 있다. 모든 근로빈곤층에 대해 실질적이고도 확고한 소득보장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급여요건을 완화하고, 급여수준을 증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잡 셰어링(job sharing)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그들을 위한 맞춤형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함으로써 사회적 안전망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김경우 을지대 교수·중독재활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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