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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동북아 다국적 신속대응군 만들자

중앙일보 2011.03.19 00:04 종합 37면 지면보기






정경영
가톨릭대 교수·안보학과




이웃나라 일본이 대지진과 쓰나미에 이은 원전 사고로 사상 유례없는 재앙을 겪고 있다. 희생자가 수만 명에 이르고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의 경제손실이 예상되는 천재지변이다. 일본 동북부 인근에 발원된 태평양 지진은 일본 열도가 방파제 역할을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반도라고 하나 향후 재난으로부터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한반도 인근 해역에 지진이 발생하거나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때 쓰나미와 낙진은 물론, 한국의 원전과 북한 핵시설의 방사능 누출로부터 안전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10만여 명의 희생이 있었던 중국의 쓰촨 지진과 이번 재난을 지켜보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공동 대처해야 할 것이다. 동북아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다국적 신속대응군을 창설하는 방안을 역내 국가들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어떠한 민간 조직보다 군이 조직적인 지휘체제를 통해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우발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 국가의 군대도 유사 조직과 기능, 작전 예규를 갖고 있어 재난 구조작전에 가장 적합한 조직으로 평가된다.



 한·중·일 3국 간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물론 유학생 상호 파견, 여행 등으로 특정 국가의 재해·재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공동의 위협 인식을 통해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태 발생 시 대응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다국적 신속대응군을 편성,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령부를 창설하고 산하에 위기조치센터, 시뮬레이션센터, 국가별 신속대응군을 지정·운용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위기조치센터는 재난 구조작전의 핵심인 재난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전파할 수 있도록 국가 간, 신속대응군 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조기경보체제를 가동시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센터는 동북아에서 예상될 수 있는 다양한 초국가적 위협 시나리오를 발전시켜 신속대응군 사령부에 파견된 요원들의 절차 훈련을 하는 것으로 위기 대처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대응군을 지정, 신속하게 전개해 재난 구조작전에 임하도록 하는 안이다. 한국의 경우는 3000명 규모의 PKO 상비군체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조기경보 능력과 전략적 수송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주한·주일미군의 참여는 역내 국가 간 우호적인 안보협력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다.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 구상은 이미 세 차례에 걸친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재해·재난 등 초국가적 위협에 공동 대처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제도화 기반이 구축됐다고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 제주도에서 개최된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해 올해 한국에 설치될 사무국은 재해·재난 구조작전체제 구축에 유의미한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재해·재난으로부터 피해가 적었다고 볼 수 있으나 북한의 급변사태 등에 대비하기 위해 올 5월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제4차 한·중·일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동북아 다국적 신속대응군 창설을 제의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정경영 가톨릭대 교수·안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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