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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발 경제 쓰나미, 세계가 손잡고 맞서자

중앙일보 2011.03.19 00:03 종합 38면 지면보기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을 구하기 위한 사투가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가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고 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원전 현장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그런 사지(死地)에서 원전 폭발을 막기 위한 몸부림이 하늘에서, 땅에서 이어지고 있다. 안간힘을 다해 송전선도 끌어왔다. 목숨을 걸고 자원한 자위대·경찰·소방대·도쿄전력 기술자들이 최전선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열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 이름없는 영웅들의 눈물겨운 싸움에 마음으로부터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참혹한 재해 현장에서 눈을 돌리면 또 하나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동일본(東日本) 대지진과 원전 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것이다. 가장 급한 불은 엔화 강세다. 엔-달러 환율은 한때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저치인 76.25엔까지 떨어졌다. 대개 큰 재난을 맞은 나라의 통화 가치는 약세를 보인다. 하지만 해외 투자자산이 많은 일본은 정반대다. 경제 재건을 위해 일본이 해외 투자자산을 환수하면 엔화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 엔고(高)의 역설(逆說)을 낳고 있다.



 지나친 엔고를 방치해선 안 된다. 엔고가 지속되면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가뜩이나 어려운 일본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세계 3위의 일본이 비틀대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살얼음판을 걷는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일본은행은 대지진 이후 단독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왔으나 힘에 부쳤다. 이런 가운데 어제 주요 7개국(G7)이 엔고 저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하기로 한 것은 백번 옳은 결정이다. 과거에도 국제적인 협조 개입이 훨씬 효과적이고, 환 투기 심리를 잠재우는 데도 도움이 됐다.



 앞으로 일본 경제는 곳곳에 적신호(赤信號)가 켜질지 모른다. 일본은 1990년 이후 정부 지출이 크게 늘어나 재정 건전성이 나빠졌다. 허약한 재정 체질에 대재난까지 겹치면서 순조로운 경제 재건을 점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돌아보면 일본은 한국이 어려울 때 소중한 도움을 주었다. 경제가 흔들리던 83년엔 경제협력자금 40억 달러를 지원받아 경제안정화의 토대를 닦았다. 2008년엔 300억 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와프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는 데 큰 보탬이 됐다. 이제는 우리가 도와줄 차례다.



 전 세계가 손을 맞잡고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경제 후유증에 적극 맞서야 한다. 한국도 G7이 아니라고 팔짱을 껴선 안 된다. 우리도 일본엔 못 미치지만 세계 6위의 외환보유액(3000억 달러)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엔화 표시 자산을 적극 매도하고 달러 표시 자산을 사들이는 포트폴리오 조정(調整)을 통해 엔고 저지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 외에도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역할을 적극 찾아내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일본이 원래 폐 끼치길 싫어하는 만큼 우리가 먼저 이웃의 어려움을 살펴 손을 내밀 때다. 그것이 후쿠시마 원전의 목숨을 건 사투에 대한 인간적 예의이자, 이웃나라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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