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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자기계발로 회사 경쟁력 높이는 ‘아이디어 산실’

중앙일보 2011.03.15 02:50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핵심직무능력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직원들을 참가시키려는 중소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이 늘고 있다. 회사 업무시간을 뺏는다며 기피하던 CEO들이 직원보다 먼저 나서서 필요한 교육을 찾아 다닐 정도다. 재생에너지 기업 세명에너지 김광례(43·여) 대표는 “급속한 기술과 사회 변화로 산업구조와 시장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며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려면 CEO가 직원들의 능력 계발에 앞장서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IT분야 멀티웨이브 이창욱(55) 대표는 “중소기업, 특히 IT업계일수록 임·직원을 가리지 않고 현장에서 즉각 대처할 수 있는 다각적인 능력을 요구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다른 분야의 지식까지 섭렵할 수 있는 자기계발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강의 듣고 현장 실무에 적용하니 비용 줄고 능률 올라







멀티웨이브 연구소에서 이창욱 대표가 연구원들과 책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이 대표는 핵심직무능력 교육을 받은 직원들에게 개인별로 한 해에 150여권을 읽는 독서경영을 펼치고 있다. [최명헌 기자]







직원들과 독서경영으로 기업경쟁력 키워



서울 서초동에 있는 멀티웨이브는 내비게이션·PMP등의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등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회사다. 그런데 이 곳 사무실 한 편에는 서재가 자리하고 있다. 경영서·자기계발서·마케팅·소비심리·커뮤니케이션 관련 책들이 가득하다. 철학·인문교양서도 섞여 있다. 회사 업무에 필요한 IT 전문기술 서적이나 업무 관련 서류, 자재들이 들어차 있어야 할 자리다. 이창욱 대표는 “직원들이 핵심직무능력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다녀온 뒤부터 생긴 것”이라고 소개했다. 서재엔 나온 지 2년 안팎의 신간 1400여 권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의 1년 독서량이 평균 150여 권에 이른다. 못해도 50권 이상은 읽는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금액에 제한 없이 회사가 모두 구입해준다. 금·토요일에 퇴근할 땐 직원들마다 손에 2~3권의 책이 들려있다. 주말 동안 읽기 위해 빌려가는 것이다. 이 대표는 평소 직원들에게 “외근이나 출장을 갈 때도, 출·퇴근 할 때도, 단 한 장을 읽더라도 가방에 책을 꼭 갖고 다녀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가 강조하는 독서경영이다. 대학원에서 산업최고경영자과정을 밟던 중 만난 한 독서경영 전도사에게 배운 아이디어란다. 이 대표는 “독서습관이 2~3년 간 계속돼야 몸에 체득돼, 책의 지식이 입·손·발로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직원들이 지금 그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회사 특성상 기술과 마케팅 업무를 함께 수행해야 하지만 직원 대부분이 공학을 전공한 기술자 출신이어서 대외 영업과 대인관계 능력이 취약했다. 이를 보완하려고 이 대표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핵심직무능력 교육프로그램에 직원들을 보냈다. 그로 인해 지연되는 업무처리 불편을 감내하면서 이를 3년 동안 계속했다. 그 결과 기술에만 집착하던 직원들이 마케팅·고객서비스·업무효율 등까지 고려하는 태도로 바뀌었다.



고객과의 대화에도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상명하복식 회의도 직원들 간 아이디어에 대해 생각을 주고 받는 대화의 장으로 변했다. 이 대표는 “고객이나 동료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게 돼, 이를 채우려고 책을 찾아 읽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직무교육, 원가절감 해결사 역할 톡톡



세명에너지는 폐수열을 모아서 에너지를 재생산하는 시설(폐수열 회수히트펌프)을 만드는 회사다. 현장 업무가 많아 인력 운용과 원가 절감이 가장 큰 숙제였다. 김광례 대표는 경영정신으로 무장하기 위해 직원들보다 한 발 앞서 핵심직무능력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인력운영·리더십·회계분석·재무설계 등 관련 서적을 읽고 강의를 들었다.



 그러다 2년 전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원가절감에 대해 강의하던 정수영 교수를 회사로 초빙했다. 김 대표는 “나만 들어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가 고민하는 원가절감 문제 해결에 직원들도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만드는 촉매제가 될 거라고 믿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와 직원들은 토요일마다 회사 사무실에 모여 정 교수의 원가절감과 경영혁신 강의를 들었다.



 수업 뒤엔 강의 내용을 업무공정에 적용해 하나씩 바꿔나갔다. 어지럽게 방치되던 자재를 이름표를 붙이고 품목별로 나눠 정리했다. 현장 작업시간도 4~5일에서 2일로 단축했다. 올해는 1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현장에서 직접 자재를 만들어 쓰던 기존 작업방식을 바꿔, 공장에서 만든 자재를 현장에 가져가 조립만 해서 쓰는 방식으로 바꿨다. 어지러운 전기배선과 배관구조도 개선해 기계 성능도 높였다. 그 결과 시간과 경비가 줄어 원가 절감율을 50%까지 높였다.



 김 대표는 “이 모든 게 당시엔 해결방안이 안 보였던 일들이었다”고 말했다. “핵심직무교육을 받고 생각의 방향을 바꿔 실천한 직원들 덕”이라고 덧붙였다. 달라진 직원들의 모습도 자랑했다.



일방적인 전달로 끝나던 회의도 아이디어 경쟁의 장으로 바뀌었다. 회의가 끝난 책상엔 직원들이 내놓은 제안서가 쌓였다. 김 대표는 갈수록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소개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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