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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방사능 쇼크 …‘원전 코리아’ 수출전선에 불똥

중앙일보 2011.03.15 00:29 경제 4면 지면보기

‘안전 신화를 자랑한 일본 원자력발전소도 자연재해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각국서 원전 안전성에 의문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새삼 불거지고 있다. 어지간한 지진엔 끄떡없도록 설계됐다는 일본 원전도 지진과 쓰나미가 한꺼번에 닥치자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원전의 안전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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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미국 의회는 정부의 원전 건설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 상원 국토안보위 조셉 리버먼(민주) 위원장은 “나는 원전 지지자이지만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지금은 미국 정부의 원전 건설 계획에 조용하지만 신속히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취임 후 원전 건설에 애착을 보여왔다. 미국은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폭발 사고 후 30년 동안 원전 건설을 불허해왔다. 그러다 오바마 정부가 지난해 조지아주에 두 개의 원자로를 짓는 프로젝트에 83억 달러의 대출 보증을 서 주면서 원전 건설이 재개됐다.



 오바마는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앞으로 360억 달러를 지원해 20개의 원전을 더 지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원전 건설을 재개하고 나선 건 대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원자력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고 석유·석탄에 비해 싸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기도 하다는 게 미국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 더욱이 그동안 내진(耐震) 설계에만 초점을 맞춰온 원전이 쓰나미엔 사실상 무방비에 가까웠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안전성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하고 있는 442개의 원전 중 20%는 지진이나 쓰나미 위험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쓰나미 피해가 우려되는 원전엔 추가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도 지진보다는 쓰나미로 인해 냉각기를 가동하던 펌프가 고장 나면서 폭발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세계 각국에선 원전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만발전공사 고위 관계자는 14일 “앞으로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선 지난 주말 5만여 명이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원전 건설 확대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필리핀에선 이미 표류하고 있는 바탄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원전 건설을 늘리려는 터키·인도·중국·인도네시아도 일본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99년 지진으로 2만 명이 사망한 터키는 지진 위험지역 인근에 3기의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한국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국내 원전은 원전 바로 밑에서 규모 6.5의 지진, 0.2g의 지반가속도(지진으로 실제 건물이 받는 힘)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한국형 원전 APR1400 모델의 내진 기준은 이보다 높은 0.3g(규모 7 수준)다. 지진이 적은 한국 특성상 현재 운전 중인 원전의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새로 지을 원전이 문제다. 2030년까지 새로 짓기로 한 10기의 원전 가운데 6기는 현재 원전이 있는 고리·울진 지역에 짓고 나머지는 새로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가 유치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 사태로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정부와 한전 등은 우려하고 있다.



 원전 수출에도 부담이다. 원전 도입을 고려 중인 각국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신중론 쪽으로 돌아서면 시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 유망한 원전 수출 후보지로 꼽고 있는 터키·인도네시아·요르단·필리핀 등은 모두 지진 다발지역에 위치해 있다.



시장 잠재력이 가장 큰 중국 역시 쓰촨성 지진에서 보듯 안전지대가 아니다. 내진설계 기준을 높이라는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내진 기준을 0.4g로 높이는 게 어렵지는 않지만 비용이 문제”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원전은 지진 안전지대에 짓는 것이 원칙”이라며 “우리 기준에 맞지 않는 곳에는 짓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하듯 이날 원전 관련주들은 급락을 면치 못했다. 두산중공업은 전 거래일보다 7000원(10.77%) 하락한 5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전기술과 한전KPS 역시 각각 14.73%, 14.75% 떨어지며 하한가 가까이 내렸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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