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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끊겼다, 24시간 지났다 … 눈 뻑뻑 해지고 두통이 몰려왔다

중앙일보 2011.03.15 00:28 종합 4면 지면보기



중앙일보 이승녕 특파원, 후쿠시마서 겪은 지진 피해



이승녕 특파원



14일 오후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福島) 현청 소재지인 후쿠시마시에서 30분 떨어진 가와마타마치(川股町) 체육관. 나미에마치(浪江町)·후타바마치(雙葉町) 등 후쿠시마 1, 2 원자력발전소 인근의 주민들이 대피해 있었다. 가와마타에만 체육관에 400명, 소학교 1200명 등 두 지역에서 온 피난민들이 4000명에 가까웠다. 이들은 여진 공포에 더해 원자력 안전에 대한 불안을 숨기지 않았으나 아무도 큰소리로 떠들거나 대놓고 당국을 성토하지 않았다.



 나미에마치 우케도(請戸)에 사는 시바 가즈히로(柴和宏·47)는 “집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데 돌아가 볼 수도 없어 답답하다”며 “지진만으로도 피해가 큰데 늘 신경 쓰이던 원자력발전소까지 문제를 일으켜 걱정이 가중되고 있다”고 조용히 말했다. 후타바마치에서 피난 온 아베 아키히데(阿部晃英·23)도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에 “주민들에게 발전소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후쿠시마 시민의 상당수는 원전 문제가 알려진 뒤 도시를 떠나 도쿄 등 연고 지역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현 재해대책본부는 이날 일본 정부에 대해 방사능 피폭 검사를 위한 전문가팀을 조속히 보내달라는 내용의 긴급요청서를 발표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동일본 대지진에서 최대 관심사가 원자력 발전소 안전 문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 나흘째를 맞았지만 후쿠시마 주민들은 여러모로 불편함이 많다. 재해 지역은 물론이고 직접 피해가 없는 후쿠시마시 등에도 물과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식료품도 구하기 어렵다. 이날도 시내 대부분의 식료품점과 편의점은 문을 닫았다. 극소수 문을 연 가게도 식료품은 하나도 없었고, 수많은 자판기에서도 생수가 사라졌다. 13일 도착한 뒤 거의 24시간 동안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하자 눈이 뻑뻑해지고 심한 두통까지 몰려왔다. 14일 오후가 돼서야 일부 편의점 체인의 배송차량이 생수 등을 가게와 자판기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시내 일부에서 급수소를 열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문을 닫았던 주유소 중 일부가 영업을 재개하자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끝없이 줄을 섰다. 도쿄와 도호쿠 지방을 잇는 도카이도 신칸센과 일반 열차 노선이 여전히 중단돼 있다. 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 등 지진 피해가 심한 지역에서는 피해 지역으로 가는 도로가 대부분 유실되거나 통행이 금지돼 주민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엄청난 불편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여전히 침착했고 질서 있는 모습이었다. 피난민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도 항의나 불평 대신 당국의 조치를 기다렸다. 재해가 익숙한 데다 정부의 대처를 믿는 모습이었다. 후쿠시마현은 비상재해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모든 공무원이 24시간 교대 근무 체제를 운영 중이다. 자위대·소방본부와 경시청 등 인력도 합류해 있다.



이승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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