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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온다” 끝까지 마이크 놓지 않았던 25세 미키, 엄마와 이웃은 살렸지만 …

중앙일보 2011.03.15 00:28 종합 4면 지면보기



중앙일보 박소영 특파원, 최악 피해 미나미산리쿠에 가다



박소영 특파원



14일 오후 동일본 대지진이 강타한 일본 동북부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 마을. 미야기현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이 마을의 대피소에 마련된 실종자 안내 게시판 앞에는 가족을 찾는 사람들로 하루 종일 붐볐다. 이번 쓰나미로 마을 주민 1만7000명 중 절반이 넘는 1만 명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엔도 미에코(遠藤美惠子·53)도 애절한 마음으로 마을 사무소의 위기관리과 직원으로 일했던 딸 미키(25)를 찾았다. 하지만 엔도는 미키의 마지막 모습을 이웃들로부터 전해 듣고 이내 눈물을 떨어뜨렸다.









제발 살아있길 14일 일본 미야기현 나토리시 난민대피소 게시판에 지진 생존자 명단이 붙었다. 연락이 끊긴 가족·지인의 행방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나토리 AFP=연합뉴스]



 “10m 높이의 쓰나미가 몰려옵니다. 지금 당장 고지대로 대피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미키는 지난 11일 강진에 이어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기 직전까지 마을 사무소에 남아 최후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고 대피방송을 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쓰나미가 마을을 휩쓸자 대피방송을 통해 울려 퍼졌던 미키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엔도는 “나의 자랑스러운 딸인 미키가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엔도의 한 이웃은 “미키의 대피방송을 듣지 못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의 대피방송이 나오자마자 휴대전화만 챙겨 들고 자동차 시동을 걸고 고지대로 달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백미러를 통해 보니 거대한 쓰나미가 집과 건물들을 삼키며 쫓아오고 있었다”며 “상황이 너무 급해 차에서 내려 산으로 200여m를 정신 없이 뛰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마을은 거대한 흙탕물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했다.



 미나미산리쿠를 덮친 쓰나미의 위력은 대단했다. 마을 사무소 인근 5층짜리 병원이 4층까지 바닷물에 잠겼다. 이 병원 의료진과 환자 140여 명 중 3분의 2가 실종됐을 정도다.



 지진 발생 나흘째를 맞아 미야기현 해안지역의 피해상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미야기현의 유명 관광지인 히가시마쓰시마(東松島)시의 바닷가 여관과 호텔들은 초토화된 상태였다. 이곳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시신은 모두 200여 구. 시신들은 한결같이 처참한 모습이었다.









4개월 아기 구조 동일본 대지진 발생 나흘째인 14일 일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에서 한 일본 자위대원이 구조된 4개월 된 여자아이를 안고 있다. [이시노마키 AP=연합뉴스]






 14일 오후 마쓰시마 해안지역에서 수색작업 중이던 소방대원들이 한 곳을 응시했다. 쓰러진 소나무 가지에 흉측하게 무언가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윗옷에 가려져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성인 남자의 시신이었다. 소방대원들은 함께 두 손을 모아 합장한 뒤 한동안 명복을 빌고 작업을 시작했다. 한 대원은 “옷가지가 나뭇가지에 엉켜 있어 고인에게는 미안하지만 깨끗하게 시신을 보전한 채 모시질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히가시마쓰시마에서 남쪽으로 40㎞가량 떨어진 아라마하(荒濱) 지역은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 뿌리째 뽑힌 가로수와 만신창이가 된 자동차, 부러진 전신주만이 남아 있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됐다.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가장 큰 국제공항인 센다이 공항은 폐허로 변했다. 활주로는 물론 터미널 1층까지 물에 잠긴 흔적이 선명히 드러났다. 온통 진흙으로 뒤덮인 공항은 어디가 활주로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쓰나미에 떠밀려 온 자동차들은 공항터미널에 거꾸로 처박혀 있었고, 비행기 도착시간을 알리는 안내판의 시계는 쓰나미가 덮친 오후 4시에 멈춰 서서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었다.



 한편 센다이(仙臺)총영사관은 14일 버스를 대절해 센다이 교민 일부를 니가타(新潟)로 이동시켰다.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능 유출을 우려하는 교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대피하길 원해 어린이와 여성 20명을 먼저 니가타로 옮겼다”고 밝혔다. 총영사관 측은 15일에도 추가로 버스 1대를 대절해 한·일 노선이 있는 니가타로 교민들을 대피시킬 계획이다. 영사관 관계자는 “한·일 노선 티켓값이 최고 190만원으로 올랐다는 소문이 돌면서 상당수 교민이 한국행을 일단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소영 특파원



◆쓰나미(津波·Tsunami)=해안(津)을 뜻하는 일본어 ‘쓰(tsu)’와 파도(波)를 지칭하는 ‘나미(nami)’의 합성어. 지진해일이라고도 한다. 보통 해저에서 지진이 나거나 화산이 폭발할 때 거대한 지각이 함몰되면서 발생한다. 10m 넘는 산더미 같은 파도가 해안을 덮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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