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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바닷물 퍼부었지만 실패 … 3호기 폭발 연기 500m 치솟아

중앙일보 2011.03.15 00:26 종합 6면 지면보기



‘후쿠시마 원전 위기’ 세계가 주목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이어 3호기에서도 14일 오전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 바닷물을 퍼부어도 소용없었다. 2호기도 냉각장치가 이상을 일으켜 노심이 한때 완전히 노출되는 등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만약 2호기마저 수소 폭발이 일어난다면 3기의 상용 원전이 동시에 위기 상황을 맞는 세계 원전 60년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다. 1·3호기 수소 폭발로 누출되는 방사능 양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1986년 폭발해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낸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최악의 원전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원전 사고는 국경이 없다.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바람과 물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기 때문이다. 세계가 후쿠시마 원전을 주목하는 이유다. 14일 미국 CNN, 영국 BBC, 프랑스 르몽드 등 주요 외국 언론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소식을 인터넷판 톱 뉴스로 다뤘다.









12일 폭발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의 원자로 건물(아래 사진 ①)은 윗부분만 날아갔으나 14일 폭발한 3호기는 전파에 가깝다. 2호기도 14일 현재 냉각 시스템 이상으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4호기는 대지진 직전 정비를 위해 정지시켜 놓은 상태였다. 위 사진은 3호기 폭발 순간으로 500m 정도 치솟은 회갈색 연기가 폭발 당시의 위력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원자로 격납용기는 무사하다고 밝혔다. [NHK TV 촬영]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원자로를 보호하는 격납용기가 멀쩡해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1호기에 이어 터진 3호기는 폭발의 강도가 훨씬 심한 것으로 보여 원자로 손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3호기는 수소 폭발로 원전 건물이 1호기보다 훨씬 더 많이 부숴졌다. 폭발과 함께 빨간 화염이 관찰됐으며 회갈색 연기도 500m가량 치솟았다.



 1·3호기도 수소 폭발이 끝이 아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 박군철(서울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전 한국원자력학회장) 부원장은 “1·3호기 원자로에서는 지금도 열이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냉각수를 계속 공급하지 않으면 원자로가 폭발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사태가 쉽게 수습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도 냉각수를 주입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전은 강력한 펌프로 물을 공급하는 냉각 시스템이 고장 나면 강제로 냉각수를 주입해야 한다. 하지만 그 작업이 만만찮다. 1호기와 3호기 원자로 안은 70~80기압으로 엄청난 압력이 작용한다. 이 정도 기압은 수심 700~800m에서 받는 압력과 비슷하다. 1기압 상태인 원자로 외부에서 강제로 냉각수를 밀어 넣기 위해서는 더 강한 힘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완전히 부풀어 오른 풍선에 바람을 더 불어넣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후쿠시마 제1원전 3기의 원자로 구조도 사태 수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냉각수를 어렵게 주입했다 하더라도 금세 수증기로 변해버리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높아지는 원자로 내부 압력을 낮추기 위해 주기적으로 수증기를 배출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금방 냉각수가 부족해진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장문희 박사는 “현 상태에서 최상의 선택은 바닷물이든, 순수 냉각수든 계속 주입해 원자로를 식히는 길밖에 없다. 그래야 노심이 녹아 내리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3기의 원자로 사태는 향후 2~3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로가 정지한 뒤에도 계속 발생하는 잔열(殘熱)이 바닷물을 제대로 퍼부을 경우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상당 부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우려 커지는 방사능 피폭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이어 3호기까지 수소 폭발을 일으킴에 따라 방사성 물질 누출로 인한 인체 피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14일 오전 원전 주변 지역에서는 평상시의 700~800배에 이르는 방사능이 검출됐다. 3호기가 폭발할 당시 원전에서 반경 20㎞ 내에는 615명의 주민이 병원 등 시설에 남아 있었다. 일본 정부는 이들을 대피시키고 피폭 여부를 조사, 방사능 물질에 과도하게 노출된 주민은 즉각 병원으로 후송시켰다.



 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일본에 파견된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의 승조원들도 이날 방사능에 노출됐다. 산케이신문은 항공모함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 연기를 통과하는 바람에 항모 승조원 17명이 약 한 시간 만에 한 달치 분량의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원자력안전보안원을 인용해 후쿠시마 원전에서 120㎞ 떨어진 곳에서도 21마이크로시버트(μSv)의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정상 수치의 200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상공에서는 바람이 태평양 쪽으로 불고 있다. 바람의 방향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그나마 피해가 덜 하겠지만 도심 쪽으로 불어온다면 방사능 물질에 노출될 확률도 그만큼 커진다.



 아주대 의대 장재연(예방의학) 교수는 “이들 방사능 물질이 체내에서 방사선을 방출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갑상샘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 방사능영향과학위원회(UNSCEAR)의 맬컴 크릭은 “현재로서는 건강상 심각한 문제가 없다”며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은 폭발 당시 풀가동 상태였고 격납용기가 없어 피해가 컸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체르노빌 사고와 다르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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