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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기업·편의점 불끄고 영업 ‘야시마 작전’

중앙일보 2011.03.15 00:25 종합 8면 지면보기



“전기 아껴 피해지역 보내자” 시민 스스로 전등 끄고 직장인은 자전거 출퇴근
도쿄 전기 오히려 남아돌아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한 계획정전 실시 발표에 따라 도쿄 전철 운행이 일부 중단됐다. 도쿄 외곽에 사는 회사원들이 14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14일 오후 2시. 도쿄의 도심 히가시긴자(東銀座)에 있는 편의점 ‘로손’은 한낮인 데도 깜깜했다.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는 비상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절전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불을 끈 것이다. 점포 입구에는 ‘피해가 막심한 도호쿠(東北) 지역에 상품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기로 했고, 절전을 위해 간판과 점포 내부의 상당수 전등을 소등하기로 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다케우치(竹內) 점장은 “점포 내 전등 50개 중 5개만 불을 켜고 나머지는 모두 껐다”며 “전기가 필요한 냉장·냉동식품도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쿄 도내 대부분의 편의점과 상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쓰키지(築地)의 도시락가게 ‘스마일’의 주인 사토 도모코(佐藤智子·64)는 “전등 몇 개 끄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으로 기여한다는 생각뿐”이라며 “당분간 난방기구도 사용을 자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심의 지지(時事)통신 등 대부분의 기업 건물도 14일부터 자발적인 절전에 나섰다.



 이날 오전 도쿄 도심에서는 “철도 전력도 아끼고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대규모 여진에 대비하겠다”는 직장인들이 자전거로 대거 출근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11일 지진 발생 때처럼 철도 등의 대중교통 수단이 모두 차단될 경우 자전거가 요긴한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신주쿠 요쓰야산초메(四谷三丁目)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40대 남성은 “오늘부터 계획정전이 시작된다는 발표를 듣고 평소보다 한 시간 먼저 자전거로 집에서 출발했다”며 “시민 한 명 한 명이 조금이라도 배려하면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계획정전이 발표된 13일 저녁에는 도쿄의 자전거매장마다 자전거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섰다.



 시민들이 절전에 나선 덕분에 도쿄전력 관내의 9개 도·현은 당초 이날 아침부터 정전하기로 했던 계획을 유보했다. 도쿄전력 측은 “전력 수요가 당초 300만㎾의 공급 능력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했으나 철도 편수가 줄고 일반 가정 및 기업들의 절전 노력으로 인해 계획정전의 전면 실시를 유보, 상황을 보며 부분적으로 실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도쿄전력 측은 당초 도쿄 등 관내 지역을 5개 그룹으로 나눠 하루에 두 차례(각 3시간) 정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이 스스로 불을 끄고, 자전거로 집을 나서고, 불편을 감수하는 노력으로 전력에 여력이 생긴 것이다. 계획정전을 예상해 아예 일찌감치 운행 중단을 발표했던 철도회사들은 예상과 달리 전력이 공급되자 오히려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정전이 안 됐는데 왜 열차 운행을 하지 않느냐”는 일부의 비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일본 국민은 14일 오전 묵묵히 줄을 서 철도 운행 재개를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야시마 작전(ヤシマ作戰)=1995년 안노 히데아키가 제작한 인기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전 일본의 전력을 끌어모아 사도 라미에르를 무너뜨린 작전을 가리킨다. 야시마(屋島)는 헤이안 시대 말기(1185년) 야시마(현 다카마쓰)에서 벌어진 전투 이름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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