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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쓰나미 폭탄

중앙일보 2011.03.15 00:25 종합 35면 지면보기








2차 대전 막바지였던 1944년 뉴질랜드 북단 왕가파라오아 해안. 19세기 이 지역을 개발한 가문의 이름을 따 ‘셰익스피어 공원’으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기발한 무기실험이 극비리에 진행됐다. 뉴질랜드 정부가 추진했던 이 계획은 이름하여 ‘프로젝트 실(Project Seal)’. 인공 해일을 일으키는 ‘쓰나미 폭탄’ 개발이 목표였다. 바닷속에 터트린 폭탄으로 쓰나미를 발생시켜 해안가 일본군을 단숨에 쓸어버리자는 거였다. 미국 정부도 큰 관심을 가졌지만 전쟁이 곧 끝나 실전에 투입되진 못했다. 하나 애꿎게도 낮잠을 즐기던 셰익스피어 부인이 폭발음에 놀라 소파에서 굴러 떨어져 심하게 다쳤다.



 지진해일로 번역되는 ‘쓰나미(津波)’는 ‘나루에 몰려드는 파도’라는 뜻이다. 심해 지진으로 발생하는 파도는 먼바다에서는 파고가 30㎝ 정도여서 작은 배조차 괜찮다. 대신 시속 700㎞ 이상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다 얕은 해안가에 오면 속도는 줄면서 파고가 높아져 10m 이상의 살인 파도로 변한다.



 쓰나미라는 용어가 국제적으로 쓰인 건 1946년부터였다. 그해 알래스카 인근에서 발생한 해일이 4000㎞ 밖의 하와이에 도달해 100여 명이 숨졌다. 이를 본 하와이 내 일본 이민자가 쓰나미라고 말한 게 전 세계 언론에 보도돼 널리 퍼졌다고 한다.



 지진해일을 처음 언급한 건 BC 5세기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였다. 그는 갑자기 밀어닥친 해일을 보곤 “지진이 아니면 설명될 수 없다”고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적었다. 이후 8만 명 이상이 해일에 희생된 1854년 일본 안세이난카이(安政南海) 대지진, 3만6000여 명이 30m 이상의 파도에 숨진 1883년 크라카토아(Krakatoa) 화산 폭발 등 대형 쓰나미 비극은 계속됐다. 그러나 23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대참사엔 비할 수 없었다.



 이 사건 이후 유엔환경계획(UNEP)은 쓰나미 연구에 돌입한다. 수개월간의 분석 끝에 나온 결론 중 하나는 산호초와 해안가 숲이 쓰나미 피해를 크게 막아준다는 거였다. 이후 인도네시아 등 쓰나미 피해국들은 다투어 맹그로브 나무를 바닷가에 심고 산호초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자연재해마저 무기로 이용하려는 게 인간이다. 그러나 환경을 사랑하고 가꾸면 그런 인간마저 인자한 ‘어머니 자연(Mother Nature)’은 말없이 보호해준다.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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