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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16년 전 도움에 보답” 쌀·담요 보내

중앙일보 2011.03.15 00:24 종합 10면 지면보기



피해자가 피해자 돕는 일본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센다이 지역주민들이 13일 밤 센다이 시청사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박스와 모포 등을 자리에 깔고 휴식하고 있다. [센다이=김태성 기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4일째, 지진의 폐허 속에서도 ‘자원봉사’라는 꽃은 피어나고 있다. 지진해일이 휩쓸고 간 지역 봉사단체에는 자원봉사 문의전화가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다.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시에 있는 쓰레기 수거 자원봉사단체 ‘아반넷토’에는 하루에도 수백 건의 자원봉사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일본 정부와 각 지자체는 “자원봉사자 신청이 많지만 피해가 너무 심한 탓에 아직은 출입할 수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자원봉사자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피해를 본 주민들은 서로 보듬고 있었다. 이와테(岩手)현 미야코(宮古)시에서는 지진으로 집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대피소로 마련된 학교 건물에서 노인들에게 주먹밥과 된장국을 날랐다. 쓰나미 피해를 본 센다이시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이 주유소 앞에서 기름을 구하려는 수십 대의 차량을 안내했다. 지진 피해를 본 음식점들은 이웃들을 위해 무료 배식을 하기도 했다.



 구호물자 배급은 과거 지진으로 아픔을 겪은 주민들이 앞장섰다. 1995년 일본 효고(兵庫)현의 고베·한신 대지진으로 6000여 명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은 고베시의 사회복지협의회에는 “고베·한신 대지진 때의 도움에 보답하고 싶다”는 자원봉사자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고베시는 13일 쌀 1만t과 담요 5000장, 임시화장실 160개를 센다이시로 급히 보냈다. 한신 대지진 당시 복구자료 등도 함께 보내 피해 복구에 참고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고베·한신 대지진 당시 130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2개월 이상 구조작업에 힘을 모은 바 있다. 고베시 관계자는 “한신 대지진 당시 피난처 근처에 구멍을 파는 등 화장실 때문에 고생했다”며 “생활에 필요한 자재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고베 시내에서는 곳곳에서는 모금활동이 진행됐다.



 2000년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돗토리(鳥取)현도 13 일 미야기현에 간이화장실 358개와 담요 1000장을 실어 보냈다. 돗토리시도 후쿠시마(福島)현에 2t 분량의 식수를 담은 식수차와 직원 7명과 보냈다.



◆세계 각국 지원 봇물=일본을 돕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지진 현장의 구호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국가와 지역은 88곳에 이르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는 일본의 전력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은 서태평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을 지진 피해가 큰 센다이 앞바다에 파견해 구호를 돕고 있다. 이 밖에 미국 국제개발국(USAID)은 구조대 2개팀 144명과 구조견 12마리, 독일은 구조대 43명과 구조견 3마리를 파견한다.



글=강기헌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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