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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 찬가 대신 ‘미국서 태어나’ 부탁해요”

중앙일보 2011.03.15 00:05 종합 31면 지면보기



출생지 문제로 괴롭히는 사람들 겨냥해 ‘뼈 있는 조크’
그리다이언클럽 만찬서 유머감각 발휘해 큰 웃음·박수



오바마 대통령이 1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12일 밤(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르네상스 호텔. 만찬을 마친 버락 오바마(Barack Obam) 미국 대통령이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연단 위로 나섰다. 무대 뒤편의 라이브 밴드가 대통령 찬가(Hail to the Chief)를 연주했다. 그러자 오바마가 말했다. “그 곡 말고 우리가 이야기했던 곡, 지금 갈 수 있을까?” 밴드가 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히트곡 ‘미국에서 태어나’(Born in the USA)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미국에는 아직도 오바마가 미국(하와이)내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며 그의 대통령 자격을 문제 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법적 소송까지 제기하며 끈질기게 오바마를 괴롭힌다. 오바마가 스프링스턴의 노래를 통해 이런 상황을 풍자하면서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자신의 속내를 호소(?)한 것이다. 이를 지켜본 650명의 언론인과 정부 당국자, 정치인들은 큰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오바마가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그리다이언 클럽’(Gridiron Club)의 연례 만찬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조크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이 클럽은 1886년 출범한 미국 최고(最古)의 언론인 모임이다. 매년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현안에 대해 노래와 춤, 연극 등으로 희화화하는 형식의 만찬을 진행하고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게 관례다.



 오바마는 초선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6년 이 클럽 만찬에 초대됐던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5년 전에는 상원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신참 의원이었다. 지금은 상원에서 아무 것도 이뤄지게 할 수 없는 대통령이다.” 대통령 말을 잘 듣지 않는 고참 의원들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오바마는 이날 낮 일본 대지진 참사 와중에도 골프를 즐긴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내가 골프에 너무 빠져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나는 골프장에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골프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자신을 보좌하다 최근 시카고 시장에 당선된 람 이매뉴얼이 보이자 “내가 람을 비서실장으로 뽑았을 때는 실업률이 8%를 밑돌았고 대통령 지지율이 60%를 웃돌았다. 시카고 시민들에게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람이 비서실장으로 일하는 동안 실업률이 10%를 돌파하고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추락한 점을 풍자한 것이다.



 공화당의 대선후보군 중 한 명인 미치 데니얼스 인디애나 주지사에게는 “(보수 성향의) 폭스TV 뉴스 사람들은 당신이 대통령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그들은 나에게 매일 똑같은 말을 한다”고 농을 던졌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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