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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군위안부 할머니도 지원 호소

중앙일보 2011.03.15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사상 최악의 대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 국민을 돕자는 온정(溫情)의 물결이 우리 사회 각계에서 뜨겁게 일고 있다. 초대형 지진과 쓰나미가 남긴 참상(慘狀)을 화면으로 지켜본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자발적 모금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각 종교단체와 시민단체, 언론기관이 성금과 구호 물품 접수에 앞장서고 있다. 직접 사람을 보내 구호활동에 나서겠다는 단체들도 있다. 불의의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 동정과 연민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일본 동부를 강타한 지진의 피해 규모는 시간이 흐르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어제 미야기(宮城)현에서만 2000여 구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희생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망자가 수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공공시설에 대피한 인원이 31만 명이 넘고, 80여 개소에 고립된 2만4000여 명이 배고픔과 추위에 떨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완전히 붕괴된 5700여 채를 포함해 4만6000채의 가옥과 빌딩이 파손됐고, 원전(原電) 6기(基)의 가동 중단으로 종전(終戰) 후 처음으로 제한 송전(送電)이 실시되고 있다. 경제적 피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미증유(未曾有)의 재난을 당한 일본을 돕기 위해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정부는 구조견 2마리와 함께 5명의 긴급구조팀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파견했다. 102명으로 구성된 119구조대도 어제 일본에 도착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최대한의 지원을 다짐했다. 정치권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한류 스타들까지 가세해 너도나도 성금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 할 것 없이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지만 일본에 가장 절실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당장 부족한 것은 이재민을 위한 식수와 식량, 담요 등이라고 한다. 정부는 일본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선의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 일본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민간 기업들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정유 공장 가동이 중단된 일본 업체가 장기도입 계약에 따라 계속 들어오고 있는 정유를 대신 사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우리 정유업체에 해왔다고 한다. 가능한 범위에서 적극 검토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또 부족한 전력(電力) 확보를 위해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에게 폐 끼치기를 꺼리는 일본인의 품성을 생각하면 우리가 먼저 도울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다. 어려울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웃이 진정한 이웃이다. 과거사는 과거사고, 인도주의는 인도주의다. 종군위안부 출신 할머니도 “일본의 만행은 잊을 수 없지만 지금은 신음하는 일본 국민을 돕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거사의 굴레에 묶여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은 역사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일본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다. ‘동(東)일본 대지진’은 인류애와 민도(民度)를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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