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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빗나간 ‘동료 판사 구하기’

중앙일보 2011.03.15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압수 와 수색 은 ‘범죄 행위에 연관된 상당한 이유와 개연성이 있을 때’로 한정하는 강제수사 방식이다. 진술이나 자백에 비해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데 효율적이다. 마구잡이식은 곤란하지만 혐의가 있다면 압수수색은 정상적인 절차다. 다만 지위고하 또는 학연·지연·혈연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죄와 벌의 관점에서 이뤄질 때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인권과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신중히 검토한 뒤 영장을 발부하는 건 판사의 몫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광주지법이 선재성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현 광주고법 부장판사)와 강모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통화추적 영장 11건을 무더기로 기각(棄却)한 처사는 개운치 않다. “범죄 혐의에 대한 추가 소명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지만 궁색하다. 강 변호사는 고교 동창인 선 판사에게 부탁해 법정관리인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금품 거래 의혹을 사고 있는 인물이다. 부적절한 관계를 파악하려면 돈의 흐름을 좇고 통신 자료를 뒤지는 게 수사의 기본이다. 이를 법원은 차단했다. 떳떳하다면 압수수색을 받도록 해 의혹을 털어내면 그만이다. 켕기는 대목이 있어 한솥밥 먹은 판사들끼리 봐줬다는 일부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법원의 ‘동료 구하기’는 처음이 아니다. 크고 작은 사건에서 판사가 수사 대상에 오르면 상식과 배치되는 일이 법원에서 벌어지곤 한다. 영장 발부권을 가진 판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고 일반인은 의심한다. 지난 1월 대전지법은 금품 수수 혐의를 받던 대전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 영장을 “가정의 평온을 깰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할 때와 마찬가지로 법원이 이를 기각할 때는 수긍할 수 있는 타당성이 전제돼야 한다. 일반인이었다면 법원이 과연 그럴까 하고 국민은 묻는다.



 남을 단죄 하려면 자신에게 먼저 엄격해야 한다. 튀는 판결, 이념 판결, 막말 판사에 동료 감싸기까지 세간에는 법원을 비아냥대는 조어(造語)들이 난무한다. 조직이기주의에서 비롯된 빗나간 동료애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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