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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고객 안전 챙기는 주인 … 돈 꼭 치르고 가는 손님

중앙일보 2011.03.15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조은식 바이어 감동시킨 직업정신





11일 오후 2시49분. 신세계백화점 조은식(32·사진) 바이어는 일본 도쿄 롯폰기의 대형 쇼핑몰 미드타운 옆의 라면가게에서 라면을 먹고 있었다. 바를 포함해 테이블 5개 정도를 갖춘 조그마한 라면가게였다. 젓가락으로 라면을 뜨고 있는데 진동이 심하게 느껴졌다. “늘 있는 지진인가 보다” 하며 10초 정도 가만히 앉아 있는데 창문 밖으로 4층 높이의 옆 건물이 기울면서 물이 사정없이 아래로 쏟아지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라면가게 주인과 서빙하는 직원은 침착하게 20여 명의 손님을 20여 초 만에 밖으로 대피시켰다. 패닉 상태에 빠진 조 바이어와 함께 간 신세계 직원도 거리로 빠져나왔다. “얼마 동안 땅이 흔들렸는지도 모를 만큼 쇼크 상태였다”는 조 바이어. 하지만 주변 일본인들의 침착한 대응에 약간의 평상심을 찾았다. 라면가게 주인과 서빙 직원은 손님들이 모두 대피했는지를 확인한 후에야 밖으로 나왔다. 1차 지진이 멎기를 거리에서 가만히 기다리던 라면가게 손님들은 진동이 멎자 곧장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곤 각자 먹은 라면 값을 치렀다. 이후 총총히 여진을 피해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조 바이어의 일본 출장은 8~12일 5박6일이었다. 원래는 백화점과 주류 판매가게에서 일본 와인과 사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예고 없는 지진을 겪은 그는 “일본인들의 질서의식, 직업정신에 더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위기 속에서의 라면가게 주인과 직원들의 행동은 고도로 훈련된 일류 호텔 직원들 못지않았던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30여 분 후 여진이 발생했을 때 롯폰기 미드타운에서도 벌어졌다. 다시 진동이 시작되자 미드타운 안내 데스크의 직원들은 분주히 무전으로 상황을 교환하며 손님들을 건물 밖으로 안내했다. 모든 고객이 빠져나간 뒤에야 자신들도 건물 밖에서 나왔다. 재촉하는 소리를 지르거나 당황하는 직원은 없었고, 평소 매뉴얼 그대로 행동하는 듯 침착했다. 조 바이어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시각에서 보니 그들의 직업의식은 몸속 깊이 체화돼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지진이 나기 전에 조 바이어는 와인숍과 사케 가게 탐방에 한창이었다. 유명 사케 판매점 ‘후쿠미치야’에선 신세대 입맛에 맞춘 화이트데이 특별 사케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지진 다음날인 12일 오전, 조 바이어는 귀국을 앞두고 롯폰기 미드타운의 후쿠미치야를 다시 찾았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조 바이어는 “일본 업계가 특유의 강점을 살려 하루속히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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