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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전체가 물잠긴 리쿠젠타카타 "반도 부분 절반이 떨어져 나가"

중앙선데이 2011.03.13 11:48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도호쿠 대지진 대공습 방불케하는 피해 현장

지진 발생 이후 12일까지 100여 차례의 강한 여진이 계속되는 바람에 복구작업은커녕 피해 파악조차 쉽지 않았다. 철도·통신·수도·전기 등 기초생활 인프라 복구가 지연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도쿄타워 등 일본의 대표적 상징물과 명소들도 타격을 받았다.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태평양 건너 미국과 남미에까지 번졌다.

이번 지진은 1900년 이후 세계에서 다섯번째 규모이자 일본에서는 관측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했던 규모 6.3의 지진보다 1000배 이상, 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2만~5만 배 이상 강력한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NHK방송에 따르면 대지진과 쓰나미로 가장 피해가 컸던 미야기(宮城)·후쿠시마(福島)·이와테(岩手)현 등을 중심으로 1만 1000명이 고립돼 있다. 시가지 전체가 물에 잠긴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는 절반에 달하는 반도 부분이 쓰나미로 인해 떨어져 나갔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은 지진과 쓰나미로 도로와 교량 등이 끊겨 마을 자체가 고립되거나 피난을 했다가 길이 붕괴돼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자위대와 경찰력 등을 총동원해 이들을 구조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로 전파된 가옥은 후쿠시마에서 2400가 구를 비롯해 이와테 550가구, 이바라키 58가구, 야마카타 37가구 등이다.















대지진이 발생한 태평양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나가노(長野)현과 니가타(新潟)현에서 12일 오전 3시59분쯤 규모 6.7, 오전 4시32분쯤 규모 5.8의 강력한 여진이 두 차례 발생했다고 일본 기상청은 밝혔다. 이번 여진으로 니가타현의 도카마치(十日町)와 쓰난(津南)에서 산사태가 일어났고 나가노현 사카에(榮)에서는 130가구가 산사태로 고립되는 등 피해가 보고됐다. 방위성은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의 약 1800가구가 궤멸 상태라고 발표했으나 이곳에 대한 정확한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야기현 게센누마(氣仙沼)시에서는 시가지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여기서도 상당한 인명 피해가 생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진과 쓰나미로 생활 인프라가 붕괴돼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 주민들이 큰 혼란을 겪고 당국의 피해 수습이 지연되고 있다.



12일 철도회사인 JR하가시니혼(東日本)은 이날도 지진 발생 지역으로 연결되는 도호쿠 신칸센을 비롯해 야마카타(山形)·아키타(秋田) 등의 노선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철로 뒤틀림과 고가교의 붕괴 여부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운행 재개도 불투명하다. 수도권에서 조에쓰(上越)와 나가노를 연결하는 신칸센도 나가노에서 강진이 발생하면서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도호쿠의 피해 지역을 연결하는 일반 철도도 침수와 뒤틀림, 붕괴 등으로 운행이 끊겼다.



통신 두절도 계속되고 있다. NTT는 이날 오전 10시 현재 미야기를 중심으로 48만5000회선이 불통이라고 밝혔다. 총무성은 각 통신회사의 기지국 1만1000개소 이상의 전파 송신이 정지됐다고 발표했다. 후생 노동성에 따르면 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으로 북부 홋카이도(北海道)에서 남부 아이치(愛知)까지 16개 도부현(都道縣)의 100만 가구 이상이 수돗물 공급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전 사태도 계속되고 있다.



11일 지진과 쓰나미 발생 직후 약 850만 가구에 달했던 도호쿠와 간토(關東) 지방의 정전가구는 이날 오전 540만 가구로 줄었으나 주민들의 불편은 여전하다. 도로와 교량은 400개소 이상이 붕괴 또는 일부 파손돼 주민 간 정보 소통과 당국의 피해대책에 장애가 되고 있다.

피해 지역의 가족 안부를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들은 통신 두절로 전화통화가 되지 않자 생사 확인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CNN은 도쿄 통신원인 루시 크래프트가 진앙과 가까운 미야기현 센다이(仙臺) 근처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18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닿지 않아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1일 강진의 영향으로 수도 도쿄의 도심 미나토(港)구에 있는 일본의 상징물 도쿄타워의 송신탑 위쪽이 휘어졌다. 도쿄타워는 1958년에 세워진 333m 높이의 전파탑으로 파리 에펠탑보다 9m가 높다. 도쿄타워 측은 엘리베이터를 정지하고 영업을 중단했다.

관광명소인 도쿄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시(Sea) 일부도 침수됐고 테마파크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당시 이곳에는 6만 9000명의 인파가 모여 있었으나 관광객과 직원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진 발생 지역 중에서는 이와테·아오모리(靑森)·아키타 등 한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도 포함돼 있다. 일본의 대표적 미항인 홋카이도 남단의 하코다테(函館)는 2m 높이의 쓰나미가 덮치면서 케이블카와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도로가 마비되는 등 ‘유령도시’로 변했다. 하코다테 시청사로 대피한 기무라 쓰네(80) 할머니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말하면서도 “혼자서 지진 피해를 복구하며 살아갈 생각에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지진과 쓰나미 피해가 집중된 미야기현 센다이는 반 토막 난 피아노, 교과서, 뒤틀린 자동차와 심지어 소형 비행기들까지 뒤엉켜 거대한 쓰레기장이 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건물들이 물에 잠긴 가운데 구조 보트들은 쓰레기 바다를 헤쳐 나가야 했고, 멀리서 거대한 불길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도 보였다. 공포에 떨며 한뎃잠을 잔 주민들은 날이 밝자 거리로 나와 생필품을 사거나 마을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문을 연 수퍼마켓들 앞에는 수백명이 줄을 섰고 침수를 면한 주유소마다 차에 기름을 넣으려는 사람들로 혼잡했다. 해안에서 5㎞ 떨어진 패밀리마트 편의점은 주변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은 탓에 물과 라면을 사려는 손님들이 계속 드나들었다. 그러나 가게 내부는 전기도 나가고 바닥은 밀려든 오물로 엉망진창이었다.



일본 기상청의 요코야마 히로후미(橫山博文) 지진·쓰나미 감시과장은 “향후 1개월간 규모 7의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진원에서 가까운 지역에선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선임 자문관인 데이프 애플게이트는 전날 열린 전화회의에서 “여진이 수개월 어쩌면 수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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