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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극단서 황홀경,안 하면 불안·죄책감..몰입과 중독 구분해야

중앙선데이 2011.03.13 01:49 209호 20면 지면보기
질문 하나. 다음 중 ‘운동중독’에 걸린 사람은 누구일까.
고등학생 A군(18)은 매일 저녁식사 후 10분 정도 줄넘기를 한다. 한 번 하면 1000회 정도 넘는데 온몸의 모공이 열리면서 땀이 흐를 때 희열을 느낀다. 요즘에는 조금씩 운동시간과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어쩌다 줄넘기를 거르게 되는 날에는 불안함과 자신의 몸에 죄를 지은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운동중독증


매일 5~10㎞씩 달리는 회사원 B씨(26·여). 다이어트를 위해 6개월 전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삶에 활력이 생겼다. 체중이 줄자 자신감도 붙었다. 회사 업무로 간혹 운동을 거르는 날이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5년 전 정년 퇴임한 C씨(62)는 30여 년째 꾸준히 산에 오르고 있다. 일주일에 1~2차례 3시간가량을 산에서 보낸다. 지난겨울 운동을 쉬었던 그는 최근 날이 풀려 다시 산을 찾기 시작했다. 통증이 있어 병원에 갔더니 발바닥 근육을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운동량은 B씨가 가장 많다. C씨는 긴 시간에 걸쳐 운동이 습관이 된 경우다. 외상까지 입었다. 하지만 홍준희 국민대 체육학과 교수는 운동중독이 가장 의심되는 인물로 A군을 꼽았다. 홍 교수는 “운동중독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다”면서도 “금단 증세가 있는 A군의 상황이 가장 염려된다”고 말했다.

운동 때문에 건강한 삶이 깨지는 것은 아이러니다.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홀경을 느끼려는 욕구 때문이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달리기를 하다 어느 한계에 도달하면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경험하게 된다. 뇌에서 펩티드(엔도르핀·리포트로핀·다이놀핀 등)가 분비돼 통증은 줄고 쾌감을 느낀다. 이때 나오는 베타 엔도르핀은 아편이나 모르핀 같은 마약과 구조나 기능이 비슷하다. 진통효과는 진통제보다 40~200배 정도 강하다. 운동중독이 마약중독만큼 위험한 이유다. 황홀경을 맛본 사람은 계속해서 운동에 매달린다. 내성이 생겨 더 높은 강도에 도전하게 된다.

사회 분위기가 끼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전 육상대표팀 감독이었던 이준 바른세상병원 재활클리닉 원장은 “최근 ‘웰빙’과 ‘몸짱’이 이슈가 되며 자신의 몸을 가꾸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외모에 대한 평가에 예민하다 보니 자신의 몸을 가꾸지 않는 것에 죄의식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몰입과 중독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몰입은 잠재력을 폭발시켜 자신을 발전시키지만 중독은 스스로를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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