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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북한, 신중국 선포 1주년에 ‘6·25 참전 요망’ 전보

중앙선데이 2011.03.13 01:24 209호 29면 지면보기
1950년 10월 5일 속개된 중공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한반도 출병을 주장하는 펑더화이(서있는 사람). 마오쩌둥이 기록을 못하게 하는 바람에 후일 화가 가오촨(高泉고천)이 참석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의 모습을 재현했다. [김명호 제공]
1950년 10월 1일, 중국은 신중국 선포 1주년을 맞았다. 이날 마오쩌둥은 경축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물을 받았다. “한국전 출병”을 건의하는 스탈린과 “3·8선이 위험하다. 우리 힘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없다. 조선땅에 들어와 작전을 펴 달라”는 북한 수상 김일성의 전보였다.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208>

그날 밤 마오는 중공 동북국 서기 가오강(高崗·고강)을 베이징으로 호출했다. “한국군 제3사단이 북진을 시작했다”는 총참모장 녜룽전(<8076>榮臻·섭영진)의 보고를 접한 직후였다.
가오강은 자타가 공인하는 마오의 후계자였다. 동북 인민정부 주석과 동북군구 사령관까지 겸한 실질적인 동북왕(東北王)이었다. 거의 비슷한 시간에 동북 변방군 사령관 덩화(鄧華·등화)도 “출동 준비를 완료하고 대기하라”는 마오의 급전을 받았다.

우리에게 『아리랑』의 저자 님 웨일스로 더 알려진 미국 여류작가 헬렌 포스터는 펑더화이와 사진 한장 찍는 것이 소원이었다. 항일전쟁시절 옌안(延安)에서 헬렌 포스터의 요청에 응한 펑더화이.
이튿날 오전, 마오는 중공 중앙 서기처 확대회의를 소집했다. 출병문제를 자유토론에 부쳤다. 신중론이 우세하자 10월 4일부터 정치국 긴급회의를 열자며 회의를 끝냈다. 회의장을 나서는 총리 저우언라이를 불러 펑더화이(彭德懷·팽덕회)에게 비행기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당시 펑은 시안에 있었다.

10월 4일 오후 3시, 중난하이 이넨탕(<9824>年堂·이년당)에 마오쩌둥, 주더, 류샤오치, 저우언라이, 런비스 등 5대 서기를 비롯해 가오강, 천윈(陳雲·진운), 동비우(董必武·동필무), 린보취(林伯渠·임백거), 장원텐(張聞天·장문천), 린뱌오(林彪·임표),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 랴오수스(饒漱石·요수석), 녜룽전, 양상쿤(楊尙昆·양상곤), 후차오무(胡喬木·호교목)가 자리를 잡았다. 이 정도면 전 중국이 모인 거나 다름없었다. 워낙 사안이 사안인지라 죽음을 눈앞에 둔 런비스까지 참석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2주 후에 사망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발언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내심 출병을 반대했다. 펑더화이는 기상관계로 회의 시작 한 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펑이 나타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마오가 입을 열었다. “조선 출병에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토의하는 자리다. 각자의 견해를 발표하자.” 뭐든지 기록하기를 좋아하는 저우언라이와 녜룽전이 받아 쓸 준비를 하자 “기록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못할 수가 있다”며 제지했다.

린뱌오가 “출병 불가론”을 폈다. “우리는 20년간 전쟁만 해왔다.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해방전쟁도 끝나지 않았고 해방구의 토지개혁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원기를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과는 힘을 겨뤄본 적이 없다. 일단 출병하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전쟁은 끝이 보여야 한다. 참전보다는 동북의 군사력을 강화시키는 편이 우리에게 유리하다.” 이어서 결론을 내렸다. “조선은 인구가 몇 백만밖에 안 된다. 우리는 5억이다. 몇 백만 명을 구하기 위해 5억이 나선다는 것은 계산상으로 맞지 않는 일이다. 어쩔 수 없다면 몰라도 피하는 게 상책이다.” 다들 수긍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린뱌오는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인구도 잘 몰랐지만, 참석자 모두 그런 건 문제로 치지도 않았다.

다음 날 속개된 회의에서 펑더화이는 한반도 출병을 주장했다. “어차피 미국과는 한판 겨룰 수밖에 없다. 저들이 압록강 변에 포진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온갖 구실을 내세워 국경을 교란시킬 것이 뻔하다. 늦게 싸우는 것은 일찍 싸우는 것만 못하다. 전쟁이 끝나면 다시 건설하자.”

소식을 기다리던 스탈린은 저우언라이의 소련 방문을 요청했다. 저우는 회의 결과를 보지 못하고 모스크바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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