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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 대지진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

중앙선데이 2011.03.13 01:13 209호 31면 지면보기
11일 발생한 도호쿠(東北) 대지진으로 일본 열도가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어쩌면 전 세계가 이 대지진의 위력 앞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지진의 위력은 규모 8.8이나 돼 지금까지 일본 역사상 최대 지진이었던 1923년 관동대지진(규모 7.8)의 23배에 달한다. 지난달 있었던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의 7000배에 해당한다. 이번 지진은 과거의 대지진들과 다른 양상을 보여 준다. 기존의 큰 지진의 경우에는 지진 발생 후 소규모 여진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9일 규모 7.2(센다이 동쪽 168㎞)의 지진에 이어 10일 규모 6.1(센다이 동쪽 155㎞), 11일 규모 8.8로 지진의 힘이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지진 발생 위치도 점차 내륙 쪽으로 옮겨 갔다.

또한 지진 뒤 발생한 쓰나미는 센다이 지역의 도시와 마을, 공항과 항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쓰나미는 통상 규모 6.0 이상의 해저지진이 원인이 되고, 진앙지가 60㎞ 이내인 경우 수직단층운동으로 발생된다. 쓰나미는 진원이 얕고 그 위에 적당량의 바닷물이 있으면 더욱 강력해지는데, 이번 경우에는 해수면 기준으로 24㎞밖에 되지 않아 더욱 강력한 쓰나미로 발전됐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할까. 최근 지진 발생 횟수나 분포 등을 살펴볼 때 안전지대라고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지진 발생 트렌드를 살펴보면 지진 발생 횟수는 지난해 2098회(미국지질연구소·USGS 자료)나 된다. 이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발생횟수 1599회보다 약 500회 더 많고, 2007년(2270회)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총 42회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는 92년 이후 연평균 42.8회와 유사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2월 9일 시흥에서 발생한 규모 3.0의 지진이나 올해 제주도 근해에서 발생한 규모 5.2의 지진 등으로 볼 때 한국도 충분한 지진 대책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질랜드 남섬 캔터베리에선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지만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 뉴질랜드가 1930년부터 내진설계 기준을 만들어 꾸준히 강진 발생에 대비해 왔기 때문이다. 비슷한 규모의 지진으로 22만 명이 사망한 아이티와 비교할 때 내진설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더 일깨워 준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96년 이후 지진 관련 법률을 세 차례 개정해 규모 8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을 건립하도록 기준을 강화해 왔다. 이번 동일본 지진에서 건물·교량 붕괴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을 볼 때 일본의 이런 노력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현재 5층 이상 건축물에 대해 200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총면적 1000㎡ 이상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88년 이전에 건립된 노후 건물들, 다시 말해 전체의 82%에 해당되는 건물(방재연구소 자료)에 대해선 강제규정이 없다. 지진 대책을 평가하고 감독해야 할 주체도 분명치 않다. 또한 현재 실시하는 지역안전도 진단시스템을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쓰나미 대책도 재검토해야 한다. 일본 열도가 방파제 역할을 해 주는 덕에 태평양 지역의 지진·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없었지만 83년엔 일본 아키타현 근해에 발생된 쓰나미의 여파로 울진·삼척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쓰나미 역시 완전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지금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해양에 수압 변화 감지센서를 활용한 쓰나미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해 10분 안에 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나리오 베이스의 조기경보체제를 실시간 관측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댐 구조물에 대해서만 수립된 비상대처계획(Emergency Action Plan)을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모든 국가기간시설에 적용해 평소 꾸준히 훈련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초대형 재해를 겪을 때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를 다짐한다. 아무리 철저한 노력을 기울여도 이번 대지진처럼 그 한계를 넘어서는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대비책은 더 치밀하고 더 완벽하게 마련돼야 한다. 그것이 인명 안전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엔 재해 극복 능력도 국가 경쟁력이다. 비슷한 자연재해가 발생했는데 나라마다 피해 규모가 차이 날 때 우리는 국력과 국격의 차이를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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