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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실 과감하게 묘사 … 32년 롱런의 비결

중앙선데이 2011.03.13 01:00 209호 4면 지면보기
뭔가 시골스러우면서도 훈훈한 장면에 “전원일기 찍냐?” 하면 한국인의 대부분이 알아듣듯, 누군가의 훈계가 길어질 때 “긴파치 선생이냐?” 하면 일본인의 대부분은 이해하고 웃는다. 22년간 방영된 한국의 장수드라마 ‘전원일기’처럼, 1979년 첫 시즌 방영 후 무려 32년간 전통을 이어온 드라마가 일본 TBS의 ‘3학년 B반 긴파치(金八)선생’이다. 이 ‘국민 드라마’가 올봄에 막을 내린다. 3월 27일 방송되는 특집편 ‘3학년 B반 긴파치 선생 파이널’에서, 주인공 긴파치 선생이 정년퇴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영희의 코소코소 일본문화: 막 내리는 국민 드라마 ‘긴파치 선생’

79년 시즌 1편부터 2007년 시즌 8편까지 총 여덟 개의 시리즈가 방영됐고, 중간 중간 특집드라마 11편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극의 배경인 ‘사쿠라 중학교 3학년 B반’을 거쳐간 학생들의 수만 240명이다. 여배우 우에토 아야, 아이돌 그룹 ‘캇툰’의 가메나시 가즈야 등 수많은 스타들이 이 반에서 배출됐다. 첫 번째 시즌의 주제가였던 ‘전하는 말’(贈る言葉)은 일본의 대표적인 졸업식 노래가 됐을 정도. ‘사카모토 긴파치(坂本金八)’라는 주인공의 이름은 긴파치 선생을 맡은 배우 다케다 데쓰야(사진)가 존경하는 인물 사카모토 료마의 성에, 드라마의 방송시간 ‘금요일 8시’를 뜻하는 ‘긴파치(金八)’를 합쳐 만든 것이다.

장수의 비결은 과감함이었다. 이 드라마는 일본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미화하거나 에두르지 않고 직접적으로 묘사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청소년 임신, 학교 폭력, 왕따, 약물 중독 등 다양한 문제가 등장했다. 80년 방영된 두 번째 시즌은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학생이 교장을 감금한다는 에피소드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학급붕괴를 다룬 99년 시즌 5편에서는 학생들이 선생을 집단 구타하는 장면이 리얼하게 방영됐다. 2004년 시즌 7편에서는 청소년 마약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물론 시즌을 거듭하면서 “현실감을 잃었다” “너무 교훈적으로 변했다”는 비판도 고조됐다. 이번에 막을 내리게 된 이유도 표면적으로는 “긴파치 선생의 극중 나이가 올해로 정년을 맞았기 때문”이지만, 사실은 첫 시즌 최고 39.9%까지 기록했던 시청률이 시즌 8편에서는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드라마는 ‘문제학생 등장-선생님의 끈기 있는 애정과 설득-학생의 점진적인 변화-다같이 반성의 눈물’이라는 일본 학원드라마의 전형을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뻔한 공식이 설득력을 갖기엔 일본 교육 현장의 문제가 너무 심각하고 복잡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방송되는 최종회에는 그동안 사쿠라 중학교 3학년 B반을 거쳐간 240명의 학생들 중 151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건강에 이상을 느끼는 선생님을 돕기 위해 졸업한 제자들이 나선다는 내용이다. 긴파치 선생의 계도를 받는 ‘마지막 문제아’로는 인기 아이돌 그룹 ‘헤이세이점프 (Hey! Say! JUMP)’의 오카모토 게이토가 발탁됐다.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자 매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출석체크 신이다. 긴파치 선생은 매회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눈을 맞추고, 반응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헨지와?(대답은?)”라고 되물으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무려 4시간짜리 이번 파이널 방송에서는 선생님의 퇴임식을 찾아온 졸업생들을 포함,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실 예정이라고 하니,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끈기를 갖고 TV앞에 앉아야 할 듯하다.



이영희씨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 게이오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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