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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유화·정유 등 단기 반사이익 기대

중앙선데이 2011.03.13 00:45 209호 8면 지면보기
“일본 본사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본 업체의 피해 규모와 국내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현지 상황이 혼란스러워 정확한 분석을 하려면 최소 2~3일은 걸릴 것 같다.”

일본업체 피해 속출, 국내 업계 손익은

12일 통화한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이다. 이 회사뿐 아니라 많은 기업의 관계자들은 주말에도 출근해 도호쿠 대지진의 여파를 계산하느라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일단 일본에서는 석유화학·정유업계의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최대 정유사인 JX닛폰오일앤드에너지(옛 신일본석유)는 센다이·가시마·네기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지바현에 위치한 일본 4위 정유업체 코스모석유의 정유시설에서는 11일 오후 발생한 불길을 잡지 못해 여전히 30m의 불길이 치솟고 있다. 지바의 JFE스틸 동일본제철소에서는 불이 났고 이바라키현 스미토모금속과 가고시마제철소의 고로도 가동이 중단됐다.

일본 자동차업계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혼다는 지진으로 도치기현에 위치한 R&D센터를 폐쇄하고 이번 주 화요일까지 일본 내 공장 세 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닛산은 도기치현 공장 두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큰 피해는 없지만 안전점검을 위해 공장 네 곳의 가동을 중지했다. 전자업계 역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소니는 미야기와 후쿠시마에 위치한 공장 여섯 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 업체들의 가동 중단사태가 국내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단기적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정유·유화는 주로 해안에 공장을 짓기 때문에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가 컸다. 게다가 장치산업의 특성상 정상화에 시간이 걸린다. 미래애셋증권의 이재훈 연구원은 “정유 마진이 커져 국내 정유업체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며 “유화제품 가격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품가격 하락으로 부심하고 있는 반도체·LCD 업계에서도 일본 업체의 피해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주요 기업의 생산라인은 지진 발생 지역과는 거리가 먼 일본 서남부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미세한 진동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정상 가동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부문 점유율 2위이고 엘피다는 D램 3위다. 이들이 생산 차질을 빚는다면 삼성과 하이닉스에는 이득이다. 이 같은 전망 덕에 삼성전자 GDR 가격은 11일 뉴욕 시장에서 닷새 만에 상승 반전했다. 샤프 공장의 피해 우려 때문에 경쟁 업체인 LG디스플레이는 뉴욕시장에서 주가가 4%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도 이득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부품·소재 분야에서 일본의 피해가 예상을 넘어설 경우 일본에서 부품을 들여와 완제품을 만드는 국내 업체들이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최대의 정밀화학업체인 스미토모화학은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에 편광필름과 컬러필터 등을 공급한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품·소재 분야에서 일본에 대한 수출액은 138억 달러에 그친 반면 수입은 381억 달러에 달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필수 부품과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차질이 올 경우 국내 제조업체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 가능성도 부담스럽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진 피해 복구 비용이 재정 악화를 불러와 큰 폭의 엔화 약세로 이어진다면 일본 업체들과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국내 기업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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