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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상 최악의 지진·쓰나미

중앙일보 2011.03.12 01:20 종합 1면 지면보기



8.8 강진 … 높이 10m 쓰나미 일본 동쪽 강타 ‘대재앙’
교도통신 “센다이 해변서만 시신 300구 무더기 발견”
원전도 위험, 주민 대피령



강진에 뒤이어 덮친 쓰나미(지진해일)로 11일 오후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가옥들이 물에 휩쓸려 가고 있다. 일부 가옥에선 화재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이라고 추정했다. [센다이 AP=연합뉴스]





일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이 동북부 지역 태평양 연안을 강타했다. 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시 동쪽 130㎞ 해저에서 규모 8.8(일본 기상청 발표, 미국 지질조사국은 8.9)의 강진이 발생했다. 인류가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1900년 이후 다섯 번째 규모의 강진이다.



교도통신은 관측 사상 최악의 강진과 쓰나미가 덮친 일본 전역의 사망자가 1천명을 넘을 전망이라고 12일 보도했다.



하지만 사망·실종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집계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교도통신은 센다이 아라하마(荒浜) 해변에서만 200~300구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쓰나미(지진해일)가 센다이로 향하던 여객 열차를 덮쳐 승객 상당수가 실종됐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지진피해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소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 정부는 원자로 냉각장치가 고장 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원자력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했다. 방사능 누출을 우려해 반경 3㎞ 이내 주민들에게 대피령도 내렸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연료봉이 노출돼 방사능 유출의 우려가 있지만 현재 방사능이 유출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진 전문가들은 “여진이 한 달 이상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지진이 대지진의 전조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해 일본과 인근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날 강진이 발생한 직후에는 최고 높이 10m의 초대형 쓰나미가 일본의 태평양 연안을 휩쓸었다. 해저에서 서로 다른 지각판이 부딪쳐 거대 지각의 윗부분이 종잇장처럼 찢어지면서 쓰나미가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 동부 해안지역에선 바닷물과 함께 선박·차량·건물 잔해 등이 내륙으로 밀려들어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지하 24㎞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의 진원지는 도쿄에서는 동북쪽으로 390㎞ 떨어진 곳으로 도쿄에서도 건물이 크게 흔들리는 등 강한 진동이 감지됐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오후 4시55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추정된다”며 “시민들은 즉시 높은 지대로 대피해 쓰나미에 대비하라”고 촉구했다. 지진 발생 직후 일본 정부는 즉시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으며, 경보 지역에는 러시아의 태평양 연안을 비롯해 오키나와·대만·사이판·뉴질랜드·하와이·알래스카까지 포함됐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서 규슈(九州)까지 동부 해안 전역을 강타한 쓰나미는 높이 6~10m에 달했다. 도호쿠 지방에선 쓰나미로 인해 해안도로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들이 파도와 함께 내륙지역으로 밀려왔다. 내륙 깊숙이 밀려온 쓰나미는 주택·공장·농경지까지 휩쓸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서울=최익재·이충형 기자



◆ 규모 8.8 대지진 위력은

6400명 사망 고베 대지진의 170배 충격




규모 8.8 강진으로 발생한 쓰나미의 파도 높이는 최고 10m에 달했다.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조용식 교수는 “10m 파고의 쓰나미라면 목조주택뿐 아니라 벽돌로 지은 건물도 단숨에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며 “이번 지진은 해저면 가까운 곳에서 발생해 위력이 더 컸다”고 말했다.



 쓰나미의 위력은 지진의 규모가 클수록, 진원이 해저면과 가까울수록, 그리고 단층이 위아래로 더 많이 엇갈릴수록 커진다. 이번 일본 지진은 이 세 가지 요건이 모두 강한 쪽으로 맞아떨어졌다. 쓰나미는 규모 6.0 이상의 지진 때 발생하는데 이번 지진 규모는 이보다 높은 8.8이었다. 이 정도 지진은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파괴력의 2만3000배와 맞먹는 위력을 갖고 있다. 교량 같은 대형 건조물이 대부분 파괴되며 산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지진은 6434명이 사망한 1995년 일본 한신아와지(고베) 대지진(규모 7.3)의 170배 위력이다.



 진원이 해저면에서 가까웠다는 점도 지진의 위력을 키운 요인이었다. 보통 진원이 해저면에서 60㎞ 이내에 있으면 쓰나미 위력이 강한데 이번에는 이보다 훨씬 가까운 해저면 아래 24.4㎞에서 지각이 종잇장처럼 찢겨졌다. 단층도 위아래로 많이 엇갈려 바닷물을 크게 흔들었다. 쓰나미는 엄청난 물의 양 때문에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다. 진앙 주변 바다가 거대한 양동이에 든 물처럼 한꺼번에 출렁대면서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진다.



 이 때문에 이번에 발생한 쓰나미도 심해에서는 제트기 속도와 맞먹는 시속 500~700㎞로 퍼져나갔다. 해안으로 다가가면서 수심이 얕아지자 속도가 시속 30㎞ 정도로 줄어들었다. 반면 쓰나미의 파고는 진원지 위 해수면에서는 몇m에 불과하던 것이 해안에서는 최고 10m까지 높아졌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부근 해저에서 발생한 쓰나미의 파고는 최고 20m였다. 쓰나미 경보망은 국제적으로는 하와이와 알래스카 등 태평양 연안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다. 일본은 독자적으로 전국에 조밀하게 쓰나미 경보망을 운영해 지진 발생 2~4분 만에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해안에 쓰나미가 덮쳐온 것은 일본 정부가 경보를 발령한지 약 55분 뒤였다.



한편 이번 지진 발생 초기에 일본과 미국이 서로 다른 규모 수치를 발표해 혼선이 빚어졌다. 기상청 이덕기 지진정책과장은 “일본과 미국이 사용하는 지진계의 종류가 다르고, 지진계 위치도 달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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