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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침몰’ 영화는 먼저 말했다

중앙일보 2011.03.12 00:23 종합 27면 지면보기

일본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엄청난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 탓이다. 자연의 가공할 파괴력에 대한 공포가 증폭됐다. 일본 대중문화에서도 이런 징후가 여러 차례 표출됐었다. 가장 상징적인 작품이 영화 ‘일본 침몰’(2006)이다. 영화가 예고한 재앙이 현실로 재현된 느낌마저 든다.




열도 대지진 계기로 본 재난영화
‘일본 침몰’ 두 차례 영화로
“내재된 지진 공포감 반영”





11일 오후 일본에서 일어난 대규모 강진으로 이바라키현 오아라이 마을에 대형 쓰나미가 소용돌이치며 밀려왔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장면이다. [교토=연합뉴스]



2006년 국내에도 개봉됐던 ‘일본 침몰’(히구치 신지 감독)은 강도 10이 넘는 대지진이 주요 도시를 강타하고 해일과 화산폭발에 이어 일본 열도 전체가 침몰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의 재난 블럭버스터다. 도쿄 등 대도시가 초토화된다. 밀려든 바닷물이 높이 솟은 도쿄타워와 롯본기힐즈를 단숨에 집어삼킨다. 또 후지산이 폭발하며 중국에 구명을 요청하러 가던 일본 총리가 사망하는 등 충격적인 이미지가 담겨있다.



  영화는 일본에서도 크게 흥행했다. 일본 실사(實寫)영화 사상 최고 제작비인 200억원이 들었으며, 500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그 해 일본 흥행순위 4위에 올랐다. 그룹 스마프의 멤버로 유명한 쿠사나기 츠요시가 주연했다.



 ‘일본 침몰’은 일본의 대표적 문화 콘텐트 중 하나다. 1973년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고마츠 사코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이후 영화·TV드라마·만화·라디오 드라마로 꾸준히 만들어졌다. 원작소설은 1년간 400만권이 팔려나가며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일본인에게 내재된 지진재앙에 대한 불안감과 70년대 오일쇼크, 살인적 인플레 등 경제위기에 따른 불안감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일본 침몰’은 같은 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650만 명이 관람했다. 당시로선 일본 최고 흥행기록이다. TV로 이 영화가 방영됐을 땐, 영화에서 가장 먼저 가라앉는 것으로 묘사된 지역의 땅 매도 문의가 쇄도했다는 일화도 있다. 2006년 리메이크된 영화가 인기를 끈 것도 잦은 지진에 대한 공포감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재난영화의 공포=대지진과 해일, 지구종말 등은 대규모 상업영화의 소재로 자주 인용됐다. 이른바 재난영화다. 영화 속에서 상상력의 산물로 소비되던 재앙이 눈 앞의 현실로 벌어지는 데 대한 공포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2009년 개봉된 롤렌드 에머리히 감독의 초대형 블럭버스터 ‘2012’가 있다. 전세계에서 일시에 벌어지는 지진, 화산폭발, 초대형 해일, 지구종말의 위기를 그렸다. 고대 마야력(曆)에 의거한 일명 ‘2012년 지구 종말론’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 파괴를 결합시켰다. 그간 할리우드 재난영화에서 막연한 미래로 묘사되던 지구종말 위기의 시점을 2012년으로 구체화해서 위기감을 더욱 배가시켰다.



 미국의 TV 드라마 ‘진도 10.5 미국침몰’(존 라피아 감독·2004)은 시애틀·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서부 대도시가 무대다. 역시 과학자의 경고를 무시한 가운데 도심의 마천루가 물에 잠기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한국영화로는 ‘해운대’(2008)가 독보적이다. 순제작비 130억원을 들인 한국 최초의 쓰나미 영화다. 전국 관객 1152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4위에 올랐다. 광안대교가 붕괴되고, 해운대 상가가 거센 파도에 휩쓸리는 장면 등을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재연하며 한국 재난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윤제균 감독이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태를 보면서 착안했다. 태국영화 ‘2022 쓰나미’(2009)도 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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