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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정치인 몇 명이 사법 근간 흔들어 … 이게 무슨 개혁”

중앙일보 2011.03.12 00:21 종합 22면 지면보기

“김준규 검찰총장이 대검 중수부 폐지를 저지하는 데 명운을 건 것 같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6인 소위의 검찰 개혁안이 발표된 이튿날인 11일 검찰 관계자들은 김 총장의 입장에 관해 이같이 입을 모았다. 김 총장이 전날 한찬식 대검 대변인을 통해 ‘전면 수용 불가’ 입장을 공식 발표한 데 이어 이날 전국 고검장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총장이 앞으로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맞서 계속 반발 강도를 높여 나갈지 주목된다.

김 총장은 이날 대검 간부회의 등에서 “정치인들 몇 명이 모여서 사법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런 안을 일방적으로 내놓는 게 개혁이라 할 수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정치권에서 법원보다 검찰이 더 반발한다는 반응을 보인다는데 이 상황에서 우리가 더 잃을 게 뭐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대검 관계자는 “임기 만료를 5개월 앞둔 김 총장이 중수부 존치에 배수진을 칠 각오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수부 폐지 정면 반발 … 배수진 친 검찰총장







중수부 폐지 내용을 담은 사법개혁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김준규 검찰총장이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태성 기자]



 김 총장이 이처럼 ‘반대의 깃발’을 높이 든 이유는 대검 중수부의 특수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981년 설립된 중수부는 총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 특별 수사 조직으로 5공 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대선자금 등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해 왔다. 한 대검 간부는 “중수부는 검찰 특수수사의 상징”이라며 “그런 조직을 폐지한다는 건 검찰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총장은 사개특위 소위가 중수부 폐지론을 제시한 데 대해 청목회 등 정치인 수사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한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부정부패의 파수꾼을 무장해제하면 이로 인한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명확한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문책 성격이 담긴 지난 2월 고검장 인사로 타격을 입었던 김 총장이 ‘중수부 폐지’ 논란을 계기로 힘을 얻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고검장회의에서 박용석 대검 차장, 차동민 서울고검장, 노환균 대구고검장,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등 8명도 “중수부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입장을 정리했다. 이들은 차기 총장 후보로 꼽히는 인물이다. 고검장들은 “중수부가 있어야 외압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검찰 손 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도 대선자금 수사 후 청와대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을 추진하면서 중수부 폐지를 검토했었다. 이에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내 목을 먼저 치라”며 강력 반발해 결국 무산됐다.



◆대법원은 정중동=대법원은 사개특위의 법원 개혁안에 대해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하면서 “국회와 잘 협의해 세계적인 사법제도를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원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과 양형기준법 제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의 주요 역할은 법령해석을 통일하는 것인데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면 그 역할 수행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글=조강수·최선욱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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