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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장사’ 수단 된 전통문화

중앙일보 2011.03.12 00:14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장열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
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최근 문화적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우리 전통문화 진흥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전통문화가 변형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원형대로 잘 보존·전승되고 있는가’라는 중요하고 기본적인 질문에 ‘예’라는 답이 섣불리 나올 수 없다는 뜻밖의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형 보존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전통문화는 박물관의 화석화된 유물처럼 보관만 하고 있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전통문화, 특히 무형문화재의 보존은 끊임없는 보급 활동과 전승자 교육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요체인 무형문화재에 대한 원형을 정확하게 정의내릴 순 없지만, 현재로선 지정 당시 보유자가 행한 연행(演行)을 원형이라고 본다. 그런데 근래 전통문화의 원형이 지정 이후 다른 사람도 아닌 해당 종목의 보유자에 의해 종종 변형되고 있다. 전승받고자 하는 사람들조차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유감스럽다. 과거 1960~70년대에는 보유자의 발표 공연 때 정부에서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변형 여부나 지정 이후 보유자의 기량이 변했는지 살피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사후 관리가 없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전통문화 전승 교육의 탈선이다. 전통문화 전승 교육은 전국의 일반대학은 물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종합학교나 문화재청 산하 전통문화학교에서도 일부 특정 종목을 제외하고는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학과가 없다. 이에 따라 전통문화를 사설 문화원, 즉 전국 곳곳에 있는 개인 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이들 학원에선 공인받은 전승자가 아닌, 이수자도 못 되는 전수생들이나 초보적 교육만 받은 강사들이 교습비를 벌기 위해 직업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제대로 자격과 실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의 흉내내기 식 교습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통문화를 왜곡하고 있다.



 자격증이 판매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어느 교습자가 한 민간협회에 자격증 얻는 방법을 물었더니 “1000만원을 내면 바로 발행해 주겠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들 민간협회가 교육도 없이 자격증을 판매한다는 기가 막힌 이야기다. 전통문화진흥 지원금에 대한 인식과 활용방식도 개선돼야 한다. 현재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상당한 수준이며,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도 적지 않다. 정부는 무형문화재 종목별 발표 전시나 공연에 대해 매년 1~2회 지원금을 주고 있다. 또 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는 매월 130만원의 전수교육비를 지급한다. 그런데 보유자들은 정부의 지급 목적과는 달리 이를 평생연금으로 이해하고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전통문화의 보존과 전승 시스템은 엉망인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정부에서 양질의 교육자를 양성하고, 제대로 교육받은 보유자에게 자부심과 사명의식, 실력향상을 위한 부단한 노력 등 동기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관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이장열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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