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대학생 오로라씨의 6만원

중앙일보 2011.03.10 19:44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나리
경제부문 차장




지난 8일 중앙일보 12면에 안타까운 사연이 실렸다. 정신없이 치솟는 물가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한 여대생 오로라(22)씨 이야기다. 그의 생활비 내역을 훑어보다 흠칫 놀랐다. 통신비가 5만원이나 됐다. 오씨의 한 달 예산은 60만원이다. 숙박을 위한 고시원비(33만원)를 빼면 27만원이 남는다. 이 돈으로 밥 먹고(10만원) 버스 타고(2만원) 최소한의 소비를 한다(10만원). 그런데 통신비가 5만원이라니, 식대의 절반이요 교통비의 2.5배다. 돈이 아까워 저녁을 시리얼로 때운다는 ‘수퍼 짠순이’가 통신비만은 줄이지 못한 이유가 뭘까. 10일 오전 통화에서 그는 더 놀라운 얘기를 했다.



 “그것도 대략만 말씀드린 거예요. 실제 내는 돈은 6만원 이상일 때가 많아요.”



 오씨는 한양대 4학년이다. 학점 챙기랴 취업 준비 하랴 눈코 뜰 새 없다. 생활비를 벌려고 한 달 60시간씩 커피숍 아르바이트도 한다. 지난해엔 학교 총부학생회장까지 지냈다. 이렇게 바쁜 오씨에게 휴대전화는 없어서는 안 될 생존 수단이다. 대전에서 올라와 혼자 생활하는 그에겐 집전화 같은 대체 통신기기가 없다. 이동이 잦은 만큼 수업 준비와 과제물 해결, 메일 확인도 휴대전화로 하는 게 최선이다. 마침 이에 맞춤한 애플리케이션들이 여럿 나와 있다. 그가 지난해 11월 큰맘 먹고 구형 스마트폰을 장만한 이유다.



 “스마트폰을 쓰려면 전용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더군요. 인터넷 사용이 잦을 게 뻔해 고민 끝에 ‘데이터 무제한’(월 5만5000원) 요금제를 택했어요.”



 한데 첫 달부터 그보다 많은 요금이 나왔다. 무료 제공된 음성통화량을 초과했기 때문이었다. 스마트폰 요금제 가입자 중에는 이처럼 이동통신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무료 음성·데이터 통신량을 넘겨 추가 요금을 내는 이가 꽤 많다. 미국·일본과 달리 소비자가 자기 생활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씨는 “너무 부담스러워 다시 일반폰으로 바꿀까도 했지만 2년 약정에 묶여 불가능했다”고 털어놓았다.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효율을 포기할 자신도 솔직히 없다. “이거 없을 땐 어떻게 일하고 공부했나 싶을 정도인걸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8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요즘 통신비에는 각종 문화비가 포함돼 있다. 대통령이 20% 인하를 약속한 건 음성통화료”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 이통사 CEO들도 요즘 틈만 나면 ‘문화비론(論)’을 설파하느라 바쁘다. 그리 따지면 오씨의 스마트폰 사용료 또한 상당부분 문화비다. 이는 인하 대상이 아닌 걸까. 오씨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미 스마트폰은 생활 필수품의 영역에 들어왔다. 연말이면 사용자가 2000만 명에 이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무부처와 이동통신사들이 말이라도 맞춘 듯 때아닌 문화비론을 들고 나오는 건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그보다는 이동통신사망을 빌려 더 싼 서비스를 제공하는 MVNO 사업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천편일률적인 요금제 또한 소비자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게 먼저 아닐까.



이나리 경제부문 차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