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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굴린 투자자들에게 돈 잘 쓰는 법도 알려 드립니다”

중앙일보 2011.03.10 00:15 경제 12면 지면보기



삼성증권 기부컨설팅 담당 차선주 과장





증권사에 ‘기부 컨설팅’ 담당자가 있다면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비친다. 증권사란 게 돈 버는 법을 알려 주고 고객의 자산을 불려 주는 곳이지 쓰는 법을 가르치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증권이 그 생뚱맞게 보이는 일을 시작했다. 증권사가 ‘돈 잘 쓰는 법’ 상담에 나선 것이다. 고액자산가 고객의 기부 욕구를 파악하면서 이들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은퇴 이후의 삶에서 더욱 중요해진 기부와 봉사 등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기부 또한 다른 방식의 ‘재테크’가 된 셈이다.



 삼성증권에서 ‘기부 컨설팅’을 담당하는 차선주(사진) 신문화팀 과장을 만나 재단 설립 등을 비롯한 기부 전략 등에 관해 들어봤다. 그는 단순 기부부터 계획 기부를 위한 재단 설립 등의 전략 수립과 각종 절차까지 상담과 조언을 해 준다. 그 과정에 필요한 부동산과 세무 관련 컨설팅도 함께 제공한다. 고객이 원하면 재단 설립 후 자산관리에 대한 컨설팅도 연결해 준다.



-자원봉사나 기부 등의 컨설팅에 나선 이유는.



 “자원봉사나 기부는 행복한 노년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경제적 자산 관리뿐만 아니라 자산을 어떻게 잘 쓰느냐도 풍요로운 노년에 의미 있는 요소다. 특히 은퇴 이후 느끼는 ‘역할’에 대한 박탈감을 기부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사회와 정서적 연대를 맺고 새로운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에 다리를 놔 주는 게 바로 기부다.”



-재단 설립이 컨설팅까지 필요한가.



 “단순히 돈을 내놓는다는 식의 생각은 위험하다. 재단 설립과 같은 계획 기부는 철저한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 사업계획을 세우고 각종 제출 서류를 작성하며, 운영 방식 등에 대한 골격을 잡는 등 신경 쓰고 챙겨야 할 일이 많다. 책임감도 필수다. 호 하나 붙여 재단 만들고 돈 주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제대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굳은 마음이 필요하다. 남을 도와 본 경험이 없다면 단순 기부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자식과 상의할 것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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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과 논의할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공익 재단을 설립하면 출연한 돈은 더 이상 ‘내 돈’이 아니다. 재단의 문을 닫으면 비슷한 법인이나 주무 관청에 귀속된다. 그리고 재단이 꾸준하게 사업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기부자나 자녀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고액자산가들이 탈세 등을 위해 재단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그런 오해를 받을까봐 재단 설립을 꺼리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단 등에 대한 사후관리가 강화되면서 사실상 그럴 가능성이 없다. ”



-재단을 만들 때 필요한 최소 출연액은.



 “정해진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최소 30억~50억원 정도는 출연해야 한다고 말한다. 운영 소득을 4% 정도라고 할 때 30억원을 출연해도 운영 소득 1억2000만원으로 할 수 있는 지원사업이 많지 않다. 재단 설립에 필요한 자산은 부동산과 동산 중 유동화가 가능하면 모두 출연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출연할 수도 있지만 이사진 구성에 특수관계인 숫자가 제한된다.”



-재단 설립 등이 이뤄진 경우가 있나.



 “이미 고객 한 명이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설립 관련 컨설팅이 진행 중인 것도 3건 정도 된다(재단 설립을 한 고객에 대한 신상은 구체적으로 밝히길 거부했다. 기부 사실이 알려지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들이 기부에 관심을 보이나.



 “돈이 좀 많다는 것 말고는 일반 기부와 큰 차이가 없다. 사회의 도움으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고 이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다. 그리고 대개는 예전부터 봉사나 기부의 경험이 있다. 기부나 봉사는 어느 날 갑자기 ‘빵’ 터지는 게 아니다.”



-컨설팅을 하면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기부에 대한 생각이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장학재단 설립에 편중됐다. 최근에는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로타리클럽에서 다문화아동센터를 운영했던 한 고객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문화가정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해 알려 달라는 경우도 있다. 연극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한 노인요양시설 등 재능을 더한 기부 방법을 찾는 분도 있다. 사진이나 미술 등 기부자 개인의 문화적 관심을 반영한 재단 설립을 모색하기도 한다.”



-재단 설립 외에 다른 기부 방식도 있나.



 “맞춤형 기부나 유산 기부 등은 원하는 단체와 연결해 주는 일을 맡는다. 여기서 증권사가 담당하는 역할은 모니터링과 피드백이다. 내가 낸 돈이 어떻게 쓰이고 얼마나 효과를 냈는지 알려 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부에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은 기부금이 잘 쓰일 것이란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확실한 피드백을 통해 기부금이 가치 있게 쓰였다는 걸 알려 준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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