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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100일의 반성(하) 위기를 기회로 선진 축산으로 간다

중앙일보 2011.03.10 00:05 종합 3면 지면보기



“구제역, 백신으로 잡아야” vs “청정국 위해 살처분해야”
구제역에 길이 있다 … 선진 축산으로 가기 위한 세 가지 질문



5000마리 살처분, 그곳서 다시 생명이 … 돼지 5000여 마리가 살처분된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박성종씨 농장에서 지난달 28일 갓 태어난 새끼 돼지들이 젖을 빨고 있다. 백신 접종 덕에 구제역 감염과 살처분을 피해 살아남은 어미 돼지가 낳은 새끼들이다. [김상선 기자]











이영순 교수(左), 김옥경 교수(右)



선진 축산의 길은 가깝다. 제도를 합리적으로 짜면 된다. 선진 축산의 길은 멀다. 좋은 제도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섣부른 결론은 그래서 금물이다. 쟁점부터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핵심은 ▶살처분 ▶적정 사육두수 ▶축산업 허가제 등 세 가지다.



쟁점 ① 살처분이 과연 최선인가



살처분은 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반대론자인 이영순(67) 서울대 수의학과 명예교수와 고수론자인 김옥경(67) 충북대 수의과대학 교수의 얘기를 정리했다. 이 교수는 2002~2003년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 김 교수는 1999~2002년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을 역임했다.



◆이영순 교수



 -정부의 초기 대응을 평가하면.




 “살처분 고집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백신을 투여하면 청정국 지위를 잃기 때문이다. 청정국 지위를 유지해야 육류 수출이 가능하고, 구제역 발생국의 육류 수입도 막을 수 있다. 전업농이 아닌 기업형 축산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살처분을 말자는 건가.



 “구제역 바이러스는 막을 수 없다. 우리를 둘러싼 아시아 19개국이 모두 구제역 발생 지역이다. 김포·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화물의 60% 이상이 동남아에서 들어오는 것이다. 철새나 먼지로도 옮길 수 있다. 살처분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대안은 뭔가.



 “백신이 현실적이다. 살처분으로 국토를 오염시키면서까지 청정국 지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소·돼지·닭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10~20종의 백신을 맞는다. 여기에 구제역 백신 하나만 추가하자는 것이다.”



◆김옥경 교수



 -살처분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받아들일 수 없다. ‘살처분 포기=방역 포기’다. 살처분 외에 바이러스를 없앨 방법은 없다. 백신을 투여해도 감염 가축은 살처분해야 한다. ”



-백신과 살처분이 왜 병행돼야 하나.



 “접종 후에도 돼지의 10% 이상은 항체가 생기지 않는다. 청정화를 포기하면 계속 백신을 투여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살처분으로 인한 오염은.



 “ 매몰지가 부족하다면 소각이나 비료화 등의 처리가 가능하다. 침출수 문제는 매몰지 선정과 매몰 방법 개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살처분을 고집하다 백신 투여가 늦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백신과 함께 살처분을 병행하자는 것이지 살처분만 고집하자는 게 아니다. 바이러스의 병원성과 확산 속도를 봐서 불가피하면 백신을 투여해야 한다. 하지만 증상이 보이는 가축은 살처분해야 청정국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



쟁점 ② 적정 사육두수는 얼마



“돼지 300만 마리 살처분된 지금이 적당”



“규제하면 50만 명 일자리 축산업 흔들”




지난해 소·돼지 사육 두수는 1323만 마리다. 2000년(1035만 마리)보다 28% 늘었다. 분뇨 발생량도 4300만t을 넘었다. 사료는 97% 정도를 수입한다. 지난해에만 43억 달러를 썼다. 네덜란드·덴마크 등 축산 선진국들이 분뇨 배출량을 고려해 사육 두수를 규제하는 이유다.



 국내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장태평 전 농식품부 장관은 “적정 사육 두수를 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입 대체와 수출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대 최윤재(농업생명과학대) 교수는 “환경부담을 고려해 적정 두수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정 두수를 규제하면 육류·우유 자급률이 떨어진다. 50여만 명의 일자리가 걸린 연 17조원 규모의 축산업도 흔들린다. 충남대 박종수(동물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육류별로 자급목표를 설정한 뒤 분뇨 등 환경 요인을 감안해 적정 사육 두수를 정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일부 학자들은 “ 3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된 현재 돼지의 사육 두수(약 700만 마리)가 적당하다”는 의견이다. 구제역 위기가 축산업 규모 적정화의 기회라는 얘기다.



쟁점 ③ 축산업 허가제 필요한가



“방역·위생 교육 받은 사람이 가축 키워야”



“축산업 진입 장벽 만들면 경쟁력 떨어져”




‘제대로 시설을 갖춘 농장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만 가축을 키우게 하자’. 정부가 검토하는 축산업 허가제의 요지다. 방역·위생 교육도 받지 않은 이들이 무분별하게 축산업에 뛰어들면 질병과 환경 오염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쉽다는 게 이유다. 그렇다고 기존 축산업자들이 농장에서 쫓겨나는 건 아니다. 정부 구상은 ▶일정 규모 이상의 농장에 한해 ▶방역·위생 시설자금을 지원하고 ▶농장주에게 일정 시간의 교육을 받도록 규정하자는 것이다. 축산 시설을 갖추고 교육을 받아야만 신규 진입을 허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민국 박사는 “ 대규모 농가에 시범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신규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기존 축산업자만 보호받게 되고 ▶대규모 농가만 규제하면 어차피 방역·환경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김유용 교수는 “진입 장벽이 높으면 경쟁이 약해져 축산업 전체가 도태될 수 있다” 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진세근·이승녕·임미진·허진·채윤경 기자, 박종권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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