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설(世說)] 돼지 아빠의 눈물

중앙일보 2011.03.06 19:58 종합 33면 지면보기






최광현
경기도 김포시 영농후계자




아침에 일어나 텅 빈 축사를 바라보면, “꿀~꿀~” 소리가 정겹던 불과 몇 달 전의 일이 꿈이었나 싶다. 어려서 농촌에서 자랐지만 학교 졸업 후 화려한 도시 생활을 접고 몇 년 고생 끝에 겨우 양돈의 기반을 잡는가 싶었는데, 구제역으로 축산 농가가 초토화되고 보니 국민에게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하겠다던 희망은 저 멀리 날아가고 있다.



 며칠 전 동물보호단체에서 찍은 1000마리가 넘는 돼지를 생매장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올라온 것을 보았다. 동물보호단체의 동물 사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영상을 보았을 8000 양돈 농가들을 생각하니, 터져 나오는 울분을 억제하기 어렵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 돼지를 정성껏 키우시던 모습을 보며 성장했으니 돼지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더 선진화된 양돈을 하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을 나와 영농후계자로 부모님과 함께 이룬 농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으니 억장이 무너질 지경이다.



 하지만 심리적 고통은 물론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목숨마저 끊는 농가의 울음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들은 농민들의 발을 묶어 해외로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보다 책임 전가에 급급하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농가를 마치 가축들을 고문하고 괴롭히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워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겠지만, 단순히 돈벌이로만 여기고 시작했다면 1년도 채 안 돼 두 손, 두 발을 들었을 것이다. 밤낮없이 보살피고, 정성을 쏟아야만 생업으로 가능한 것이다. 생명을 키워 내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에게 안심하고 맛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일은 사명감 없이는 힘들다. 당장 우리나라 농민들이 아무도 농사를 짓지 않고 가축을 키우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의 식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젊은 영농후계자들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지킨다는 책임감으로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해야 할 것이며, 언론은 축산 농가들의 재기 의욕마저 꺾어버리는 자극적이고 참혹한 보도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축산 농가 역시 이번 위기를 교훈 삼아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켜내기 위해 더욱 방역에 힘쓰고, 친환경산업 조성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광현 경기도 김포시 영농후계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