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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46에 2전2패 승률 0%였던 T-50 해외 진출 청신호

중앙선데이 2011.03.06 08:32



한국 공군 첫 해외훈련장, 스페인에 세운다



한국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 정식 명칭은 ‘T-50 고등훈련기’다. 2001년 10월 기체를 완성했고 2003년 2월 19일 초음속 돌파 비행에 성공했다. 길이 13.4m, 너비 9.45m, 높이 4.91m, 최대속도 마하 1.5다. 유럽과 중동 등에 적극적으로 수출한다는 게 당초의 생각이었지만 아직 여의치 않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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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의 고등훈련기 T-50 구매 의사가 타진됐다. 규모가 컸다. 50대. 거기다 관련 인력도 받아들이며 정비 시설 같은 것도 수입하겠다는 의사가 지속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일을 전담했던 한국항공(KAI)은 자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훈련기 성능 면을 따지면 자격이 두 배는 되기 때문에 자신감이 당연했었다”고 했다. 그런데 2009년 2월 하순 뚜껑이 열리면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제 M-346에 패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적극적 후속군수지원과 절충 교역 약속에서 밀렸다. 곧이어 2010년 싱가포르에서도 두 번째 패배를 당했다. 이 관계자는 “싱가포르에선 다 잘돼간다고 믿었는데 발표 하루 전 실패 사실을 알게 됐다. 정보력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양국 모두 T-50 성능엔 만족했으나 후속군수지원 문제점 때문에 패배한 것이다. 거듭된 M-346에 대한 패배로 노이로제가 생길 지경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국제적으로 ‘T-50 훈련기는 약하다’는 이미지를 강화시킬 위험성을 높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개선할 힘이 최근 생겼다.



국방부는 지난 3월 2일 스페인 국방부와 국제군비행훈련센터(IMFACC) 설립을 위한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스페인 탈라베라 공군기지에 한국의 T-50 훈련기와 완전 디지털화된 훈련시스템을 갖춘 훈련센터를 만들어 한국 공군 조종사와 스페인 공군 조종사를 훈련시킨다는 것이다. 한국 공군은 T-50 1개 대대(25대)와 훈련요원을 파견한다. 스페인도 컨소시엄을 통해 훈련설비를 건설하고 1 개 대대 정도의 T-50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합의에는 ▶T-50이 M-346 악몽을 떨치고 수출 전선을 강화할 있는 청신호가 켜졌다는 것과 ▶한국 최초로 해외에 훈련장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2010년 4월 국방부에 IMFACC 추진팀이 만들어진 지 1년도 안 돼 만들어 낸 성과다.



한국 공군은 그동안 훈련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공군 관계자는 “연 230일 비행훈련을 하는데 주로 기상 문제로 180일만 유효하다. 50일은 무효 처리된다”고 했다. 무려 22%의 훈련이 무효다. 훈련 예산의 22%가 허공으로 날아간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국토가 좁고, 제한 공역이 너무 많아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고 기상도 나쁠 때가 많기 때문”이라며 “넓은 공역이 필요한 훈련은 포기할 정도”라고 했다. 거기다 소음 문제로 야간 훈련은 거의 제한된다.









한국·스페인 합동으로 만들 공군 조종사 훈련소 IMFACC가 들어설 스페인 남부의 탈라베라 공군기지. 남쪽 방향으로 이륙하면 곧 지중해여서 공역이 넓고 악천후도 거의 없어 훈련 효율이 높다.







그런데 스페인 탈라베라 공군 기지는 다르다. 공군 관계자는 “탈라베라 기지의 공역은 한반도보다 훨씬 크다. 연중 기상 상태도 좋아 비행할 수 없는 날이 거의 없다”고 했다. 태풍이나 폭우·폭설 같은 훈련을 막는 악천후도 없어 운영 유지비도 적게 든다. 스페인도 이익을 본다. 탈라베라 공군 기지의 F-5 전투기가 곧 퇴역, 기지 폐쇄가 임박해 있어 지역 사회가 들끓었다. 그런데 훈련소 유치로 지역의 경제적 활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생겼다. 이 관계자는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적극 지원한다”고 했다.



스페인으로 가게 된 배경에는 ‘미국의 거부’도 작용했다. 미국에는 빅터빌·크레이그 기지에 훈련센터를 설립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이 스페인보다 ‘덜 적극적’이었고 특히 훈련센터 교육생으로 스페인은 제한이 거의 없었으나 미국은 ‘중동·아프리카’ 국가의 참여를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의미는 수출 청신호다. KAI가 주도하는 T-50 해외 공략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싱가포르·UAE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군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러시아제 YAK-130과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상황 판단을 잘못해 불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국제 경쟁 승률 0%, M-346과의 대결 100% 패배는 T-50의 브랜드 파워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시점에 나온 IMFACC 설립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모멘텀을 준다.



현재 국제비행훈련센터는 미국·나토의 ‘유로-나토 훈련장(ENJJPT)’과 나토·캐나다의 ‘캐나다-나토 훈련장’이 있다. 미국 텍사스주 셰퍼드 공군 기지에 있는 ENJJPT는 T-38 훈련기를, 캐나다 앨버타주 콜드 레이크 공군기지의 NFTC는 호크 훈련기를 사용한다. 그런데 T-38은 초음속이지만 너무 노후해 곧 퇴역한다. 아음속기 호크는 고등훈련과 전환훈련에 한계가 있어 최신형 전투기 조종사로 전환하는 데 훈련시간과 비용이 T-50 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미 공군의 T-38 교체가 다가오는 시점에 T-50이 스페인에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비록 M-346과 직접 경쟁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의미가 큰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미 공군은 퇴역하는 T-38 훈련기의 대체 기종으로 M-346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는데 이번일로 T-50이 경쟁할 여지가 생겼다”고 했다.



안성규 기자김병기 객원 기자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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