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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경제세상] 경제논리 빠진 경제정책

중앙선데이 2011.03.06 01:21 208호 2면 지면보기
가스공사의 누적(累積) 미수금이 4조7000억원(2009년 말)에 이른다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스공사는 중간상인일 뿐이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여기에 마진을 얹어 판매한다. 미수금이 많이 쌓일 리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원가연동제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들여올 때의 도입 원가가 미리 정해놓은 기준가격보다 3% 이상 오르내리면 판매가도 조정해주는 정책이다. 원가는 올라가는데 판매가를 못 올리면 그만큼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원가연동제를 중단했다. LNG도입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판매가를 덩달아 올리면 물가안정을 해친다는 명분이었다. 이렇게 되면 가스공사 손실이 커져야 한다. 그래서 나온 편법이 미수금이다. 언젠가 받을 돈이지만 아직 못 받은 돈 말이다. 예컨대 가스공사의 연간 순이익은 2380억원(2009년)이다. 하지만 그해 한 해 동안 새로 생긴 미수금은 1조6000억원. 이걸 전부 손실로 처리하면 가스공사는 엄청난 적자 기업으로 전락한다. 손실 아닌, 미수금으로 편법 처리한 까닭이다. 나중에 국민으로부터 이 돈을 몽땅 받게끔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얘기다.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 식 정책이다. 4대 강 사업도 이런 식이었다. 예산에서 사업비를 확보하는 게 여의치 않자 수자원공사에 40% 정도를 부담하게 했다.

이 정부의 일 처리 방식이 늘 이렇다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하지만 과거 정부보다 편법과 미봉책이 잦은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원칙과 철학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지 싶다. 이 정부가 내건 실용주의가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다. 로드맵과 중장기적 시각이 잘 보이지 않는 건 그래서다. 이런 상태에서 현안 해결에 급급하니 기댈 곳은 편법과 미봉책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절대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경제학의 오랜 가르침이다. 오히려 더 큰 보복으로 되돌아온다. 전세 대란이 그렇다. 집값이 급락하자 정부는 지난해 대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했다. 떨어지는 집값을 어떻게든 막아보자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전세 대란이란 더 큰 보복이었다. 집값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으니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세를 좀 더 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다. 주택 대출 급증으로 가계 부실 우려가 커진 건 또 다른 보복이다. 보금자리 주택도 그렇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최소한의 서민 주거안정이다.
‘로또 당첨권’이 아니란 얘기다. 보금자리 주택을 몽땅 임대로 돌리라고 진작부터 주장했던 이유다. 결국 돌아온 건 전세 대란이다. 보금자리 주택을 사겠다며 전세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물가 대책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막아보겠다고 팔 비틀기로 일관하면 기다리고 있는 건 더 큰 물가 인상이다. 그때는 가래로도 못 막는다.

미봉책은 또 늘 풍선효과를 동반한다. 이쪽을 막으면 반드시 저쪽에서 터진다. 한국전력이 그렇다. 물가안정이란 명분으로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받으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재무구조가 나쁘니 외국 발전소 건설 입찰에서 번번이 좌절한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건 또 다른 부작용이다. 기름값이 올라가니 대형마트더러 주유소를 운영하게 했다. 대형마트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비등하자 규제로 돌아섰다. 하지만 요즘 다시 유가가 급등하자 마트 주유소를 활성화하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니 경제가 난마처럼 꼬일 수밖에 없다. 물가를 막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그러자니 가계 부실이 겁난다. 에너지 낭비를 막으려면 전기와 가스요금을 올려야 하는데, 물가가 두렵다. 한쪽을 건드리면 다른 쪽이 터지게 돼 있는 상황이다. 묘책이나 비방이 있을 리 없다. 현안 해결에만 급급하고 편법과 미봉책으로 일관한 정책 잘못 탓이 크다는 얘기다. 원칙과 논리에 따라 차근차근 풀어왔더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꼬이진 않았을 게다. 당장은 고통스럽겠지만 그래도 정공법이 최선이다. 편법과 미봉책으로 일관한 정부, 그래서 다음 정부에 대못을 넘겨준 정부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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