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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28명으로 ‘제2 인사위’ 구성 … 마라톤 협의로 실무자 선발

중앙선데이 2011.03.06 01:08 208호 3면 지면보기
예전에는 장관이 고위 간부에서 실무 직원까지 모든 인사를 챙기다보니 인사철이 되면 장관에게 청탁이 쇄도했다. 외교부의 한 간부는 “예전에 장관 승용차에 동승한 적이 있는데 30분 동안 쉬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3분의 2는 인사 협의나 청탁 전화였다”며 “이번에는 외교부가 불공정 시비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직후라 청탁을 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이젠 장관도 인사권 휘두르는 재미는 포기해야 할 판”이란 말이 나온다. 외교부가 도입한 드래프트 방식은 국회 사무처가 벤치마킹하는 등 다른 부처로 확산될 조짐이 있다.

공관장이나 국장급 간부 인사에서도 기존 관행을 깨는 실험이 시도됐다. 본부 국장을 지내면 대체로 근무 여건이 좋은 미주 지역 총영사나 유럽의 규모가 작은 국가의 대사로 보내던 것을 에너지·자원 부국이나 신흥국으로 보냈다. 그러다보니 ‘웰빙 공관’보다는 험지 공관으로 발령받은 사람이 많이 나왔다. 한창 일할 무렵의 외교관들은 일이 있는 나라로 가서 역량을 발휘하라는 취지에서다. ‘서울고-서울대’ 인맥을 가리켜 ‘서울랜드’ 라 지칭하는 등 비난의 표적이던 학연 편중 현상도 완화됐다. 최근 다섯 차례 공관장 인사에서 경기·서울·경복·경북 등 4개 고 출신이 33.6%를 차지하던 것이 23.2%로 떨어졌고, 서울대 출신은 54.9%에서 44.2%로 낮아졌다. 반면 외국어대 출신은 9.8%에서 18.6%로 늘어났다. 주재국 언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철저히 따진 결과다. 영남 출신이 35.2%에서 25.6%로 줄어든 반면, 호남 출신은 20.5%에서 27.9%로 높아져 균형을 유지하게 됐다. 국장 선발은 엄격한 인터뷰 심사를 거쳤다. 코트디브아르 등 해외 근무 중 지원한 사람에 대해서는 인사위원들이 모인 가운데 화상통화나 스피커폰으로 면접 심사를 했다.

창설 이래 최대의 인사 혁신을 단행한 외교부는 내부 전산망에 익명으로 인사 불만을 호소할 수 있는 ‘인사신문고’를 개설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걱정했던 것과 달리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불만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석에서 외교부 간부나 중·하위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평가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왜 하필 내가 움직일 때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는 볼멘 소리도 있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지적도 적지 않았다. 특히 “투표로 인사를 결정하는 게 얼핏 공정해 보이긴 하지만 인기주의(포퓰리즘)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에 근무 중인 S서기관이나 다른 정부기관에 파견 중인 J서기관의 경우 여태까지 업무능력이나 실적에 대한 평가가 최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투표에선 최하위 표가 나온 사실이 도마에 오르곤 한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우선시하다 보니 전문성을 살리고 엘리트 외교관을 양성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됐다”며 “기회균등도 중요하지만 북미·북핵-주미 대사관, 유엔과-유엔 대표부 등 본부 부서와 재외 공관 간의 업무 연관성을 살리는 게 옳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박석환 외교부 1차관은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공정성 확립을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공정성의 잣대를 기계적으로 적용한 나머지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측면도 있는데 이는 차차 보완해 나갈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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