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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나는 불안한 진화 10년 후 모습을 논하다

중앙선데이 2011.03.06 01:07 208호 4면 지면보기
사회(김종혁 중앙SUNDAY 편집국장)=과학기술의 폭발적 발전과 정보통신 혁명으로 세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그 속도감에 현기증이 난다. 이 같은 진화가 한편으론 대견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불안하다.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떻게 변할까. 과학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 삶의 질(質)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토론을 시작해 보자.
미래연구의 기초는 인구분석

중앙SUNDAY 10년 후 세상 위원회 출범


이영탁(세계미래포럼 이사장)=미래를 제대로 알 순 없지만 준비는 해야 한다. 가장 기초가 되는 게 인구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인구는 2050년까지 90억 명까지 는다. 하지만 한국은 2016년부터 경제활동 인구, 2018년부터는 전체 인구가 준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부터 줄었다. 한국은 출산율이 낮아 일단 줄기 시작하면 급격할 것이다. 노무라증권은 현재의 한국 상황이 8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고 분석한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지만 그 바탕에는 인구 감소가 깔려있다. 그 의미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에 일본에 도요타 리콜 사태가 있었는데 우리가 본질을 제대로 못 보고 있다. 도요타 내부 문제만이 아니다. 잃어버린 일본이 10~20년 지나면서 JAL(일본항공)과 소니(SONY)가 어떻게 됐는지 분석해봐야 한다. 일본이 겪은 건 곧 우리에게도 닥친다. 인구 감소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어떻게 대응할지 연구해야 한다.

사회=인구 감소가 부정적인(negative) 측면만 있나, 혹시 긍정적인 부분은 없는가.
이영탁=인구가 줄면 노동력이 부족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자동화 비율이 높아졌고 지금도 고용이 늘지 않아도 성장을 한다. 경제활동의 공급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수요 측면이다. 인구 감소는 출산 기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성들은 “애들 키우는 데 너무 힘들고 돈이 많이 든다”라고 답한다. 그럼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안에선 아이를 많이 낳는가. 그것도 아니다.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출산율 감소는 사회적 이기심의 확대, 응집력과 활력의 감소로 이어진다. 일본은 요새 해외에 나가는 걸 싫어한다. 기업가 정신과 개척 정신이 낮아졌다.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교수)=내일도 모르는데 10년 후를 예측하긴 어렵다. 가장 흔한 접근이 기술 발전에 기초해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것인데, 진부하다.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면서 좋아질 부분, 나빠질 부분으로 분류해 검토했으면 좋겠다. 인구 문제도 다양한 측면이 있다. 저출산도 문제지만 고령화도 심각하다. 과학기술이 불로장생(不老長生)하겠다는 인간의 꿈을 실현시켜주고 있는 건데 그게 어느 정도 가능해지니까 고령화 문제가 생긴다. 무조건 오래 사는 게 과연 좋은 것인가. 과학기술로 인해 제기되는 사회 문제를 생각해봐야지 과학 만능주의로 가면 위험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맞게 사회환경을 유지시켜 줄 제도가 필요하다. 현재 자본주의 외에는 다른 체제가 없지만 자본주의는 팽창해야 지속할 수 있다. 축소하면 안 된다. 지구 전체의 인구는 늘어도 집단별로는 규모가 주는 부분도 생긴다. 사회적 측면을 봐야 한다.

가치관·소통방식 변화에 주목해야
김난도(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기술보다 제도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동시에 사람들의 가치관과 소통방식,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술에는 로드맵이 있다. 그런데 사람은 없다. 나는 10년 전의 신문을 즐겨 읽는다. 우리가 얼마나 변했는지 살펴보고 또 10년 뒤를 생각해본다. 65년에 이종문 화백이 만화로 30년 후를 그린 게 있다. 거기 보면 이미 휴대전화도 나오고 화상통화도 나온다.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지만 중요한 건 앞으로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지 않을지를 구별해 내는 것이다. 변화는 스커트 길이가 짧아졌다 길어졌다를 반복하는 것처럼 주기적인 것과 전체 큰 틀을 보여주는 추세적인 게 있다. 인구가 줄어든다면 그로 인해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바뀌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미디어 기술의 변화가 중요한 것 같다. 이젠 사람들이 스스로 여론을 형성해가고 있다. 그게 사람들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다. 기술적 변화보다는 사회 변화, 매체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최재천(이화여대 석좌교수)=한국의 미래를 얘기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적 트렌드를 얘기할지부터 분명히 하자. 미래 예측에서 10년은 너무 짧다. 10년쯤 뒤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그러니 이미 시작한 미래다. 요즘 바이러스 문제로 난리인데 구제역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질병이 다른 국면으로 갈 것이다. 앞으로 10년간 여러 형태로 변환된 질병을 겪을 것이다. 고령화는 향후 10~20년 동안 우리 사회를 가장 많이 흔들어 놓을 사안이다. 그런데 지금 준비된 게 없다. 나도 이번 겨울에 3주 간격으로 장인·장모님이 돌아가셨다. 그분들이 투병하던 지난 2년간, 내 생활도 달라지더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가, 처가를 합쳐 네 번 그런 일을 겪어야 한다. 한 분만 아파도 온 집안에 삶의 균형이 깨진다.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기획에선 문제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포함돼야 한다. 교육과 사회적 네트워크, 문화 등에 대한 고민이다.

노소영(아트센터 나비 관장)=유럽에는 죽음 도우미라는 새로운 직업이 있다. 가족만으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최재천=동남아 국가에는 그들 나름대로의 해법이 있더라. 우리도 전통사회에서 너무 급격히 현대사회로 넘어오지 않았다면 나름의 방식이 있었을 것이다.

노소영=삶도 중요하지만, 죽음도 중요하다. 죽음의 문제를 우리가 제쳐놓고 있다.

서용석(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1년이건 10년이건 미래 예측은 불가능하다. 미래 연구는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이다. 하지만 최근 확실해진 미래가 세 가지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온 인구 구조의 변화, 자원과 에너지의 고갈, 기후변화가 그것이다. 탄소 배출과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는 아직까지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진 않지만 나머지 인구 구조의 변화와 에너지 고갈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확실한 미래다. 일본의 경우 역사적으로 인구가 감소한 시기가 네 차례 있었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된 것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본만 해도 인구 감소 시스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돼 있는데 고령화는 아직까지 경험이 없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우리 사회도 그런 측면에서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철학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수세기 동안 과학기술이 인간 욕망을 위해 발전해왔다면 앞으로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성의 한계시대, 해결책은 융합
임현(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기술예측센터장)=과학기술 전문가들뿐 아니라 인문·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다뤄야 한다. 과학과 경제·환경·사회 등이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 물론 과학기술 발전이 주는 영향이 가장 크다. 과학기술은 직업과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따라서 과학과 다른 분야의 연관관계를 잘 살펴보고 재해석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매년 ‘10년 뒤 유망한 미래 유망기술’을 발굴한다. 10년 뒤 어떤 이슈들이 중요해질 것인가도 조사한다. 이번에도 40여 개의 이슈를 뽑아 10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뒤 15개의 중요한 이슈를 뽑아냈다. ▶저출산·고령화 심화에 따른 경제인구 감소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과 급속한 확대 ▶바이오 경제의 중요성 점증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증대 ▶새로운 에너지 저장기술의 필요성 증대 ▶개발도상국의 물·식량 스트레스 심화 ▶화석에너지 고갈에 따른 가격의 지속적 상승 ▶폐기물 자원화와 자원 재활용 등 자원 선순환 사회구조 필요성 증대 ▶공기·물·토양 등 매체별 환경오염 발생 증대 ▶정보통신 기기의 발전 및 보안 문제 쟁점화 ▶디지털 경제의 진전 ▶전 세계적 핵 발전 수요 증가 ▶소득 불균형 등 사회갈등 심화 ▶환경무역 장벽 심화 ▶개인화 성향의 증가가 그것이다. 이런 이슈들을 중심으로 논의해 보면 좋은 대안이 나올 것이다.

곽재원(중앙일보 과학대기자)=70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국내 각계 전문가들과 조사한 게 있다. ‘2000년에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일까’이다. 이한빈 당시 한국미래학회장 등이 참여했다. 그때 바이오 쪽은 암이 극복된다는 등 낙관적으로 봤다. 정보기술(IT) 분야는 당시에 잘 몰라 지적이 안 됐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당시의 예견이 맞았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미래예측 기법들은 전문가의 중지(衆智)를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과히 틀리지 않고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를 봐야 한다. 과학자와 철학자들은 이성이 한계에 도달한 시대라고 얘기한다.
선택의 불가능성, 과학의 불확정성, 지식의 불완전성의 시대, 즉 세 가지의 한계가 있는 시대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융합이며, 인문사회의 개입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하나의 사례로 과학기술을 넣고 저널리즘적으로 10년을 내다봐야 한다.

세상 변화의 주역은 문화창조자들
노소영=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다 아는 얘기지만 과장을 좀 하자면 부모가 생각하는 훌륭한 직업과 의미 있는 삶을 아이에게 강요할수록 아이의 인생은 망가진다. 아이들은 시대마다 그 세대가 요구하는 DNA를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딸들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만나는 20·30대들은 우리와 가치관이 다르다. 행복의 조건에 대해 우리처럼 일방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풍요의 소산일 수도 있고,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나름의 반응일 수도 있겠다. 얼마 전에 세상을 바꾸는 문화창조자들이란 책을 봤는데 저자들은 10년간 미국인의 의식과 가치관 변화를 추적했다. 그들은 미국인이 세 부류라고 한다. 절반은 성장과 효율을 중시하고, 4분의 1 정도는 전통주의자이고 나머지 4분의 1은 문화창조자라고 한다. 세상의 변화는 문화창조자들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문화창조자들에게 주목하는 게 중요하다.

전상인(한국미래학회장)=누군가가 나에게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느냐’고 물으면 준비된 대답이 3개 있다. 세계화·양극화·개인화다. 미래 변화의 바탕에는 과학 발전이 깔려 있지만 나는 이 세 가지가 향후 10년을 이끌어 가는 동인(動因)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하나 추가하자면 고령화다. 단순히 고령화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양극화 문제와 같이 봐야 한다. 사회학자로서 예측하자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19세기 혹은 20세기적 사회 제도는 곧 해체되고 재구성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계급·노조·지역·성별 등은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개인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나는 미래학이 한국화·토착화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느 외국 미래학자가 서울에 와 있을 텐데, 이젠 ‘토플러류 미래학’에서 졸업해야 한다. 미래학의 시각은 남의 나라나 글로벌 트렌드가 아니라 한국 중심이 돼야 한다. ‘10년 후 세상’에 대한 기사들이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소재에 초점을 둔 귀납적인 접근이면 좋겠다. 유통구조의 변화, 아파트·편의점·골목 등의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겠다.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방향이 좋겠다. 전달 방식도 통상의 기사 형식이 아니라 일기·소설 등의 형식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IT기술 발전으로 폴리틱스 2.0시대 도래
김영환(국회 지식경제위원장)=향후 10년을 논의할 때 지나온 10년을 비교해야 한다. 차별성은 뭐가 있고 지속성은 뭐가 있는지를 얘기해야 한다. 최재천 교수님이 통섭을 주창해왔는데, 나는 과학기술이 문화예술의 통섭을 넘어서 생태환경적인 관점까지 융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국가의 전략이 되고 기업의 나아갈 방향이 돼야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복지 논쟁이 자주 일어난다. 복지는 생태환경의 인간적 표현이고 주장이다. 혹은 생태환경은 복지의 전 우주적, 생명적 확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생태환경의 문제는 우리 삶에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향후 10년간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배추 파동·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폭설 등과 같은 여러 문제들이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또 하나는 IT사회가 가속화하면 정치, 특히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이다. 이런 게 극도로 나타난 게 최근 아랍 세계의 ‘재스민 혁명’일 것이다. 통신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 지금의 대의(代議) 민주주의 제도도 직접·참여 민주주의의 형태로 급변할 수 있다. 이른바 ‘폴리틱스 2.0 시대’라 할 수 있는데, 민주주의 형태가 극단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방석호(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10년이란 기간 설정은 정책을 연구하고 대비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이게 너무 길어지면 너무 막연한 얘기가 되어버린다. 네이버가 문자기반 검색엔진으로 등장한 지 약 10년이 됐다. 한데 2013년께면 동영상이 전체 트래픽의 60~70%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영상 세대로 접어들게 된다. 네이버는 그간 쉬운 게임을 해왔지만 구글은 소프트웨어 쪽으로 투자해 동영상 시대를 장악하겠다고 한다. 한국만의 10년을 생각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이미 국경이 사라져 가고 있다. 물론 남북 통일 뒤 북한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어떤 식으로 깔 것이냐와 같은 우리만의 고민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글로벌 트렌드를 얘기할 수밖에 없다. 애플은 원래 휴대전화 제조사도 아닌데 IT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한국의 휴대전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기존 관계마저 허물어뜨렸다. 10년 안에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게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다. 그 시대가 오면 더미폰 또는 클라우드폰 같은 값싼 휴대전화가 출현할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말하는 참여와 공유는 좋아보이지만 사실은 소수의 기업이나 국가가 다 장악하겠다는 거다.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중요한 공공정보망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로 들어가면 국가안보 위기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김종혁=미래를 과학기술만의 관점으로 보면 안 된다는 걸 알겠다. 사회의 구조적 변동과 시스템의 변화, 가치관의 이동 및 인간 관계의 변천까지를 포함해야 제대로 된 미래를 얘기할 수 있겠다. 기획을 진행시켜 가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런 문제를 함께 논의해 보자.

※정재승 KAIST 교수는 강의 일정 때문에 첫 토론에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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