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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과 스타일은 소형 SUV 기능은 7인승 미니밴 

중앙선데이 2011.03.06 00:27 208호 22면 지면보기
한국GM이 숨가쁘게 신차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한 달 사이에만 3대의 신차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달 9일 출시된 쉐보레 올란도가 신호탄이었다. 한국GM의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올란도를 ‘액티브 라이프 비클(Active Life Vehicle)’로 정의했다. 아울러 “SUV의 스타일과 세단의 승차감, 패밀리 밴의 공간과 실용성을 갖춘 새로운 개념의 차”라고 강조했다.

쉐보레 올란도 시승기

서울과 가평을 잇는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쉐보레 올란도를 시승했다. 한국GM은 신조어까지 고안해 정의했지만 올란도는 결국 7인승 미니밴이다. 시트는 3열까지 마련했다. 뒷좌석 승객이 드나드는 문은 카니발이나 스타렉스 같은 미닫이가 아닌, 당겨 여는 방식이다. 올란도의 덩치는 기아의 9인승 카니발R과 7인승 카렌스의 중간이다.

외모는 낯설다. 한 지붕 식구인 라세티 프리미어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인상이 사뭇 다르다. 눈매에 각을 살린 이들과 달리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층 온순해 보인다. 차체는 빵빵하게 부풀렸다. 라세티 프리미엄의 뼈대를 쓰되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묘안이다.

기존의 미니밴이 실용성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란도는 멋도 냈다. 네 귀퉁이를 가득 채운 18인치 타이어에 디자이너의 욕심이 어른거린다. 승차감을 중시한 미니밴보단 주행성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 세단에 어울리는 크기여서다. 또한 SUV 스타일을 표방했지만 정작 키는 경쟁사의 미니밴보다 작다. 전반적으로 선이 굵고 질감이 도드라진 디자인이다.

운전석 주변의 풍경은 라세티 프리미어와 비슷하다. 입체적이어서 지루하지 않고 감성 품질도 뛰어나다. 대시보드는 갈매기 날개처럼 완만히 너울졌다. 계기판은 깊숙이 파 넣었다. 스위치 개수는 많은 편은 아니지만 기능별로 단정히 묶었다. 운전하면서 더듬어 쓰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오디오를 심은 패널을 열면 깊숙한 수납공간이 나온다.

앞좌석 공간은 흠잡을 데 없다. 좌석 높이가 세단과 SUV의 중간 정도다. 따라서 엉덩이만 슬쩍 걸쳐 탈 수 있다. 시트는 몸을 잘 감싼다. 2열 시트는 등받이가 어슷하게 누웠다.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없다. 자연스레 고개를 빳빳이 들게 된다. 지붕을 납작하게 다듬되 머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3열 좌석은 미니밴으로선 여행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다. 아쉽게도 올란도에서는 보조좌석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드나들긴 어렵지 않다. 레버를 살짝 당기는 것만으로 2열 좌석이 단박에 앞으로 고꾸라진다. 하지만 3열 무릎공간이 옹색해 성인이 오랜 시간 앉아 있긴 부담스럽다. 게다가 굵은 기둥과 작은 유리창 때문에 폐쇄적인 느낌이 짙다.

올란도의 공간 활용성은 흠잡을 데 없다. 2열 좌석을 6:4로 나눠 접을 수 있다. 1열 등받이에 완전히 올려 붙일 수도 있다. 2열과 3열을 납작하게 접으면 어엿한 밴으로 변신한다. 트렁크 바닥과 굴곡 없이 이어져 짐 싣기도 좋다. 이 같은 기능을 위해 2열과 3열의 시트는 굉장히 얇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등받이 쿠션이 퍽 야박하다.

엔진과 변속기는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과 같다. 직렬 4기통 2.0L 163마력 디젤 터보엔진에 자동 6단 변속기를 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소음과 진동은 훌륭히 억제했다. 엔진은 저회전에서부터 강력한 힘을 뿜는다.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사뿐사뿐 가속한다. 하지만 고회전에서 파워가 눈에 띄게 활기를 잃는다. 후련하게 시작했다 미적지근하게 끝맺는다.

승차 인원과 오르막 등 변수가 많은 주행환경을 감안하면, 올란도의 엔진은 경계에 자리한다. 성급하게 채근하기보단 느긋한 마음으로 운전하는 게 어울리는 성능이다. 반면 하체는 꽤 단단하다. 한국GM에서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손동연 부사장은 “세계 각국의 시장을 겨냥한 네 가지 서스펜션 가운데 두 번째로 단단하다”고 설명했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와 미니밴이란 장르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선택인 셈이다. 한국GM은 “운전의 즐거움을 챙기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과장은 아니었다. 올란도의 몸놀림은 ‘다른 외모, 같은 핏줄’의 라세티 프리미어를 쏙 빼닮았다. 운전대를 비트는 만큼 앞머리를 정교하게 틀었다. 꽁무니도 허우적대는 느낌 없이 민첩하게 따라 붙는다.

미니밴이지만 무게중심을 낮춰 좀처럼 기우뚱거리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니 스트레스가 적다. 따라서 몸놀림의 마디와 결을 음미하면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올란도의 가격은 1980만~2463만원. 한국GM은 올란도가 경쟁사의 소형 SUV 수요를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GM은 유럽의 산하 브랜드 오펠의 뼈대를 쓰면서 미국차에 드리운 선입견을 지워가는 중이다. 관절을 단단히 굳히는 한편 핸들링을 섬세하게 다듬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과도기에 나온 만큼 올란도는 미국 미니밴을 좇은 카니발이나 일본 미니밴을 본뜬 카렌스와 뚜렷이 구분된다. 디자인이나 성격 모두 미국차보다는 오히려 유럽차에 가깝다. 쉐보레 브랜드의 국내 진출과 더불어 소비자는 현대기아차나 쌍용차와 언어 및 사고방식이 다른 차를 만나게 됐다. 그만큼 고를 메뉴가 다양해졌다.

하지만 글로벌 체제의 그림자도 엿볼 수 있었다. 올란도엔 내비게이션이 없다. 한국GM 측은 “다양한 시장을 위한 차여서 특정옵션을 다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고객의 수요가 있다면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순정 내비게이션을 버젓이 단 해외의 올란도 사진은 검색엔진으로 몇 초 만에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치형 제품이 거추장스러워 비싼 돈 주고 내비게이션을 매립하는 소비자가 의외로 많다. 쉐보레로의 신분 변화에 도취돼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한국GM은 스스로에게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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