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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축구, 프로야구가 부럽다고요? 그럼 배워요

중앙선데이 2011.03.06 00:11 208호 30면 지면보기
정몽규(49)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에 올랐다. 젊고, 능력 있고, 무엇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수장을 영입한 프로축구계는 “오랜 침체를 벗고 재도약할 기회를 잡았다”며 들뜬 표정이다.

정영재 칼럼

정 총재는 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프로축구단 부산 아이파크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주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프로축구 K-리그는 해체하고 새로 지어야 할 부실건물이 아니라 조금만 리모델링하면 멋지게 되살아날 수 있는 건물”이라고 말했다. <중앙SUNDAY 2월 27~28일자>
하지만 정 총재의 말은 ‘현실’과 ‘희망’ 사이의 어중간한 지점에 있다. K-리그는 당장 허물어질 건물은 아니지만 부실이 상당히 심하고 구조적이다.

프로축구는 지난해 지상파 3사를 통해 단 10경기만 중계됐다. 프로축구연맹은 ‘선 중계, 후 중계권료 협상’이라는 원시적인 계약을 했다. 5경기를 중계한 KBS와 4경기를 중계한 SBS는 15억원씩을 냈다. 1경기만 내보낸 MBC에도 비슷한 액수를 요구했더니 MBC는 “그건 못 낸다”고 버텨 송사 중이다. 3개 스포츠 전문 케이블을 합쳐도 프로축구 중계가 100경기를 넘지 않는다. 축구를 보고 싶어도 야구에 밀려 볼 수 없었다. 2009년에는 가장 큰 수입원인 타이틀 스폰서조차 없이 리그를 진행했다.

이에 반해 프로야구는 최고의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592만8626명이 입장해 사상 최다관중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포스트시즌을 빼고 정규리그에만 600만 명을 모으겠다고 한다. 올해부터 지상파와 스포츠 전문 케이블로부터 4년간 매년 180억원을 중계권료로 받는다. 숙원이던 제9구단(엔씨소프트) 창단까지 이뤄져 발전의 동력을 얻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프로야구가 가족ㆍ친구ㆍ연인끼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책도 나와 있지만, 부러우면 따라 배우면 된다. 한때 국기(國技)라 불릴 정도로 사랑받던 축구가 살아나려면 야구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건 팬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자세다. 팬을 받들어 모시고, 그들이 가장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다.

2007년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개념을 도입한 SK 와이번즈는 최고의 선생이다. SK는 인천 문학경기장에 잔디밭 관람석인 그린존,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는 바비큐존, 연인을 위한 커플존 등을 만들었다. 여성들이 화장을 고칠 수 있는 파우더룸까지 마련했다.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흥행과 연계시키는 방법도 야구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요소다. 롯데 자이언츠는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챔피언데이 행사를 연다. 선수들은 1984·92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입었던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다. 관중은 입장료 50% 할인을 받는다.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하고, 어린 층에게는 구단의 역사와 스토리를 파는 것이다. 프로야구보다 1년 늦은 83년 출범한 프로축구도 28년의 역사를 쌓으며 충분한 스토리를 축적했다. 이를 경기와 연결시키고, 끊임없이 새로운 라이벌과 지역의 스타를 만들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프로축구는 프로야구가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야구선수들은 대부분 입담이 좋다. 덕아웃에서 끊임없이 상대편을 야유하고 동료를 격려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구 선수들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이 많고, 시청률도 잘 나온다. 구단들도 적극 협조한다. 프로축구는 아직도 미디어를 낯설고 부담스러워한다. 박주영은 FC 서울 시절 경기 후 인터뷰를 안 하는 선수로 악명이 높았다.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나지 않는 감독들도 많았다. 심지어 선수에게 “집중력 떨어지니 인터뷰하지 마라”고 하는 지도자도 있었다. 미디어를 축구산업의 동반자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다.

2011년 K-리그가 5일 막을 올렸다. 광주·포항·강릉·상주에서 경기가 열렸다. 총 8만5491명(경기당 2만1372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꽉 채웠다.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라이벌 매치는 6만 관중을 기대하고 있다. 출발은 좋다. 하지만 시즌 초반엔 늘 좋았다. 그러다 4월 초 프로야구가 개막하면 어김없이 스르르 밀리곤 했다. 올해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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