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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별것인가요, 사람 사는 얘기지” 라디오 올린 해외동포 애환을 소설로

중앙일보 2011.03.04 00:55 종합 27면 지면보기



팔순 맞은 분단문학 작가 이호철씨
논평 곁들인 『가는 세월과 … 』 펴내



소설가 이호철씨가 해외동포들의 애환을 그린 소설집 『가는 세월과 흐르는 사람들』을 냈다. [연합뉴스]



분단문학 대표작가인 이호철씨가 올해 팔순이다. 1932년 함경남도 원산 땅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의 일흔아홉 번째 생일(13일)에 맞춰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팔순 기념식을 갖는다. 최일남·한말숙·이어령·문덕수·신봉승·한승헌·김승옥·정수일씨 등 선후배 문인과 지인 87명이 글을 추렴한 『큰산과 나』 출간기념회 겸 최근 발족한 ‘이호철문학재단’ 공식 출범도 겸하는 자리다.



 누구보다 부지런한 ‘현역 작가’인 이씨는 에세이 성격의 소설집 『가는 세월과 흐르는 사람들』(글누림)도 냈다. 몇 해 전 KBS 국제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인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에 패널로 출연해 접한 해외동포들의 기막힌 사연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러시아 사할린, 중국 지린성 등지의 동포들이 보내온 사연은 일제강점기 징용으로 인한 파란만장한 인생유전, 지금까지 이어지는 삶의 애환 등 현대사 시공간에 걸친 한민족 수난사에 다름 아니다.



 이씨는 이들의 사연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후 그에 대한 직접 논평을 꾀했다. 작가 이씨가 소설 밖으로 뛰쳐나와 독자에게 노골적으로 말을 거는 형식이다. 3일 만난 이씨는 “소설이 별건가. 결국 사람 사는 얘기 아닌가. 미학적으로 희생하더라도 지금 실제 하고 싶은 얘기를 해보자, 50년간 소설 쓰다 보니 이런 형식으로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평론가 박준석씨가 해설에서 비친 대로, 이제까지의 작업과 과감히 결별하고 새로운 모험에 나서는 이씨 특유의 ‘말년의 양식’이다.



 새 소설집은 문학을 통해 현대사를 증언하고 현실에 개입해 온 이씨 글쓰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글쓰기 밖에서는, 이호철문학재단이 그 역할을 맡게 된다. 재단은 2006~2008년 경기도 고양시 선유리 이씨의 작업실에서 진행한 선유리 독회가 모태다. 이호철을 아끼는 120여 명이 자발적으로 뭉쳐 자본금 5000만원을 모아 시작했다. 앞으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소설 독회, 지역 문학 살리기 사업, 이호철문학관 설립 등을 추진한다.



 이씨는 “오늘날 문학이 할 몫이 뭔지를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독회가 재단으로까지 발전했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문학의 몫은 어떤 것일까. “사회과학이나 철학이 감당하지 못하는 삶의 현장과 밀착된 시각에서 삶의 질, 어떻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것인지 따져보는 게 문학의 몫”이라고 답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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