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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쿠크법 무산 후폭풍 … 말레이시아 자금 조달 차질

중앙일보 2011.03.04 00:23 경제 4면 지면보기
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중앙은행(BNM)에서 35억 링깃(약 11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승인받았다. 달러에 편중된 외화 조달원을 다변화하고 조달금리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최근 이슬람채권법의 국회 통과가 무산돼 문제가 생겼다. ‘채권 발행액 중 25억 링깃은 이슬람채권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승인 조건을 충족하기가 불가능해졌다. 말레이시아에서 조달할 수 있는 돈이 35억 링깃이 아니라 10억 링깃이 돼버린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슬람채권을 활성화한다는 게 말레이시아 정부의 방침이어서 국내 금융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 전전긍긍

 일명 수쿠크법으로 불리는 이슬람채권법이 무산되면서 금융권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이슬람 금융시장인 말레이시아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가 말레이시아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는 30억 달러가량이다. 2008년 이후 수출입은행 과 우리·하나·농협 등 시중은행, 현대캐피탈 등이 BNM 한도를 받아 채권을 발행해 왔다.



 하나은행은 2008년 10억 링깃(3억3000만 달러) 규모의 채권발행 승인을 얻어 2009년 6월 발행했다. 수출입은행도 2008년 30억 링깃(10억 달러)의 한도를 받아 지난해 7월까지 이 물량을 모두 발행했다. 농협(20억 링깃)과 우리은행(10억 링깃)도 비슷한 때 승인을 받아 일부를 발행했다. 현대캐피탈도 2009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20억 링깃의 채권을 말레이시아에서 판매했다. 시중은행의 외화자금 담당자는 “BNM이 기존에 승인해준 한도에 대해서는 이슬람채권 발행을 요구하지 않지만 한도 증액이나 신규 발행의 경우 절반 이상을 이슬람채권으로 발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한도 증액을 타진했던 한 금융사는 주간사로부터 이 같은 사정을 전해 듣고 채권발행을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투자자는 한국에 우호적이어서 한국 금융사가 발행한 채권을 매우 선호한다”며 “이슬람채권법 무산으로 말레이시아 외환 조달 시장의 문이 절반쯤 닫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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