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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국자인’ 엄마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

중앙일보 2011.03.04 00:19 종합 21면 지면보기






박수련
사회부문 기자




8000여 명. 자녀의 입시 고통을 호소하며 전국에서 이틀 동안 ‘입시 정보 품앗이’ 운동에 동참한 엄마들 숫자다. 중앙일보가 수험생 엄마 3만 명이 펼치는 입시혁명 사이트인 네이버 카페 ‘국자인’(국제교류와 자원봉사와 인턴십과 비교과, cafe.naver.com/athensga)을 연이어 소개(본지 3월 2일자 1·2·6면, 3월 3일자 1·2면)하자 엄마들은 열광했다. 그만큼 입시 스트레스가 크다는 방증이다. 엄마들은 “중앙일보 덕분에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새 학기 선물을 받았다” “고3 아들에게 떳떳해질 수 있게 됐다”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엄마들이 국자인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엄마들은 정권마다 바뀌는 대입 정책과 상술(商術)로 가득 찬 사교육에 지쳐 있었다. “정부와 대학의 현란한 입시 변경을 따라잡을 수 없어 무기력하다”거나 “사교육에 매달려 지갑만 도둑 맞는 기분”이라는 글이 국자인 게시판에 줄을 이었다.



 엄마들을 힘들게 만든 근본 책임은 정부와 대학에 있다. 정부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다며 툭 하면 입시를 바꾼다. 이명박 정부도 벌써 수능만 두 번 바꿨다. 대학들은 입시를 꽈배기처럼 만들어 전형료를 챙긴다. 4년제 대학 전형 개수만 3600개나 된다. ‘다빈치’ ‘레오나르도’ 등 광개토왕비문 같은 전형으로 기를 죽인다. 원서를 10~20개씩 쓰는 수시모집에선 학부모와 수험생은 파김치가 된다. 국자인의 한 회원은 “대학별 요강이 너무 복잡하고 제각각이어서 뭘 어떻게 고르고 판단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했다.



 성적에다 봉사활동·적성 등 여러 스펙을 요구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은 더 복잡하다. 정보가 없으니 일부 엄마는 1회에 100만원까지 하는 컨설팅업체로 몰리기도 한다.



 숨 막히는 대입 경쟁에 지친 엄마들은 국자인에서 모처럼 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수능 만점자 1%’를 발표해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란스럽게 했다. 2014학년도부터는 난이도가 두 가지인 수능을 도입한다. 엄마들이 또다시 안갯속에 갇힐 우려가 있다.



 국자인 열풍을 만든 엄마들이 원하는 것은 명확하다. 난수표 같은 입시요강과 싸우지 않고 쉽게 대입을 치를 수 있는 교육정책이다. 3일 국자인에 가입한 한 엄마가 말했다. “엄마들이 입시정보에 목말라 있는 걸 교과부와 대학은 알까요? 알고도 모른 체한다면 전국의 아줌마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박수련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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