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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문의 검은 돌 흰돌] 팬을 위한 최고의 대회 … 빠른 해결책은 ‘스피드’

중앙일보 2011.03.04 00:11 종합 32면 지면보기
BC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은 삼성화재배와 함께 세계기전 중에선 가장 앞서가는 기전이다. 아마추어에 대한 문호 개방, 온라인 아마추어 예선 등은 실력이 있는 자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64강부터 상금을 받는 ‘상금제’도 프로기사들이 느끼는 ‘대국료 없는 대국’이란 아픔에도 불구하고 프로 정신과 스폰서의 의욕을 동시에 살린 진보된 방식이란 평가를 받았다. 대회기간도 1년씩 길게 늘어지지 않고 3개월 정도에 끝나는 것 역시 팬 서비스를 우선시한 좋은 시도다.



하지만 본선 진행을 보면 64강전은 하루에 치러진 데 비해 32강전은 2월 17일부터 28일까지 무려 10차례 나뉘어 치러졌다. TV 중계를 위해 한두 판씩 일정을 나눈 것인데 이건 분명 퇴행적 방식이다. 16강전은 11일, 8강전도 4일간 치러지는데 팬보다 TV 중계만을 고려한 이런 방식은 바꾸는 게 옳다. 홍보도 좋지만 대회 권위가 훼손되면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다.



 일정 문제는 중요하다. 좋은 대회 방식은 골프를 보면 알 수 있듯 다음 두 가지가 기본이다. ①오래전부터 일정이 잡혀 있고 ②시작에서 우승까지 단기간에 끝난다. 아마추어 바둑대회인 유럽콩그레스도 2년 전 장소와 일정을 확정한다. 그에 비하면 연초 일정도 발표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로 치러지는 우리 대회 방식은 부끄러움마저 느끼게 한다. 최악의 대회와 최고의 대회를 소개한다.



 춘란배는 지난해 12월 준결승이 끝났을 때 “이세돌 대 셰허의 결승 일정과 장소는 아직 미정”이란 답을 들어야 했다. 대회 진행 면에서 보면 최고의 대회는 후지쓰배다. 후지쓰배는 연초에 일정을 발표하고 변경하지 않는다. 특히 올해부터는 4월 9일부터 16일까지 단 일주일 동안 32강전부터 결승까지 한 방에 끝낸다.



우리는 여건상 아직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렇게 가야 한다. 길게 늘어지는 현재의 대회 방식은 취재 기자는 물론 대회를 주관하는 한국기원 직원조차 진행 상황을 잘 모른다. 팬들은 더욱 알 리 없고 관심도 멀어진다.



박치문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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