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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서 온 경민이 “이런 미술 수업은 처음”

중앙일보 2011.03.01 03: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서울대·포스텍·홍익대의 ‘고교생 강좌 실험’



포스텍 잠재력개발과정에 참여한 고교생이 1월 경북 포항시 포스텍 화학과 실험동에서 조교(왼쪽)의 실험을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고교생 40명이 참가했다. [포스텍 제공]



올해 2학년이 되는 강원도 영월고 김동주(17)군은 영국 패션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처럼 되는 게 꿈이다.



매퀸의 옷은 미국 최첨단 유행의 ‘아이콘’인 팝가수 레이디 가가가 즐겨 입으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김군은 학교에서 제대로 된 디자인 공부를 할 수 없다. 학급 수가 많지 않아 미술교사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런 김군에게 놀라운 기회가 찾아왔다. 홍익대 미대가 열어 준 ‘미술 체험 캠프’였다. 미술 교사가 없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김군은 지난달 21~24일 충남 연기군 홍익대 조치원캠퍼스에서 열린 이 캠프에서 창의력을 한껏 자극하는 교육을 받았다. 이 캠프에는 전국 163개 고교에서 학생 100명이 초청됐다. 모두 김군처럼 미술선생님이 없는 학생들이었다.




















홍익대 미술체험캠프에 참여한 고교생이 지난달 21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 캠퍼스 강의실에서 자신을 표현한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캠프 첫날, 필름과 목탄·물감 등을 이용해 학생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소개하는 시간. 경남 의령에서 온 강경민(17·의령여고2)양은 초록색 스티커를 활용해 긴 생머리 소녀를 표현했다. 강양이 “두발 제한 때문에 파마나 긴 머리를 해보고 싶어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자 여학생들이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강양은 “학원에서는 그리는 기법만 설명하는데 이곳에선 창의력을 일깨워주려는 것 같다”며 “초등학교 이후 이런 미술 수업은 처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오후에는 이스라엘에서 온 설치미술가 로미 아키튜브가 학생들에게 즐기면서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줬다.



 대학이 낙후된 고교 교육을 바꾸기 위한 실험에 나서고 있다. 홍익대처럼 ‘고교 연계 교육’에 나서는 대학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처음 미술 체험 캠프를 개최한 홍익대의 서종욱 입학관리본부장은 “고교 교육이 바뀌어야 대학 입시가 달라진다”며 “미술 교육에 소외된 지역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학은 서울대·POSTECH(옛 포항공대)·KAIST 등 수십 곳에 달한다.



 특히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POSTECH은 지난 1월 수학·과학 과목에 재능을 보이는 고교생 40명을 기숙사로 초청해 4주간 ‘잠재력 개발 과정’을 운영했다.



낮에는 교수들이 수학·과학을 가르쳤고, 밤에는 대학생들이 보충지도를 했다. 지난해 고2 학생을 이 캠프에 보낸 남해 해성고 고정현 교무부장은 “눈빛이 달라져 온 학생 모습을 보고 주변 친구들도 영향을 받더라”며 “성적이 좋은 학생이 자연계열로 몰리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역균형선발제를 운영하는 서울대도 2009년부터 합격생을 배출하지 못하는 지방을 돌며 ‘미래인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강원도 철원군 문화복지센터로 교수 3명과 입학사정관이 찾아갔다. 교수들은 인근 5개 고교생 100명을 모아놓고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주제 등으로 강의했다.



김민상 기자



◆고교연계프로그램=대학이 고교생을 초청해 대학 교육과정과 학교 특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학생을 입시에서 우대하려는 대학도 나타나고 있다. 대교협도 입학사정관제 지원 대학을 선정할 때 이 프로그램 시행 여부를 반영하고 있다. 다만 입시와 연계할 경우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대교협은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과정을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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