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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인드라 누이 … 어떤 ‘지식 마법’ 보일까

중앙일보 2011.03.01 00:25 종합 15면 지면보기



‘천재들의 18분 매직’ TED 오늘 시작



지난해 열린 ‘TED 콘퍼런스 2010’에서 영국의 스타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비만 방지 요리법에 대해 설명하다 설탕을 바닥에 쏟아붓고 있다. [TED 홈페이지 캡처]





‘18분의 마법’ TED콘퍼런스(이하 TED)는 1984년 시작됐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리처드 사울 위먼(Richard Saul Wurman)과 방송 디자이너 해리 마크스(Harry Marks)가 기획한 단발 행사가 시초였다. 지금처럼 연례 행사가 된 건 90년부터다. 하지만 오늘의 TED는 사실상 현재의 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연 동영상, 무료로 공개=영국 출신의 미디어 재벌인 앤더슨은 2001년 자신이 세운 비영리재단 새플링(sapling·어린 나무)을 통해 TED를 인수했다. 이후 ‘본업’까지 버리고 TED에 매달렸다. 그는 ‘확산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를 모토로, TED를 소수 엘리트들 모임에서 다수가 함께하는 ‘지식 축제’로 바꿔나갔다.



 앤더슨은 참석자들에게 강연을 듣는 데 그치지 말고, 함께 토론하고 교감하도록 권했다. 2006년부터는 콘퍼런스가 끝난 후 홈페이지(TED.com)를 통해 강연 동영상을 무료로 공개했다.



 그의 ‘TED 바이러스’는 빠르게 확산됐다. 지난해 ‘올해의 TED상’을 받은 영국의 스타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비만 방지 요리법을 미국에 보급하고 싶다”고 하자, 청중 수십 명이 즉석에서 동참의사를 밝혔다. 전 세계에 생겨난 TED 매니어들은 TED의 형식을 빌린 지역 소모임(TEDx)을 만들기 시작했다. 영어로 된 TED 강연 동영상에 자국어 자막을 입히는 자원봉사자도 등장했다. 세계인의 ‘지식 축제’ TED는 그렇게 탄생했다.



◆TED를 빛낸 혁신가들=그간 TED 무대에 섰던 저명 인사는 무수히 많다.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미 대통령, 인공지능(AI)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 진화생물학의 석학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Jane Goodall), 그룹 U2의 리드싱어 보노(Bono)…. 지난해엔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 빌 게이츠(Bill Gates)와 영화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James Cameron), 지금은 영국 총리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당시 영국 보수당 당수 등이 무대에 올랐다.



 세계적 수준의 ‘지식 축제’인 만큼 청중의 면면도 간단치 않다. TED 참석자들끼리만 상호 검색 가능한 명단을 살펴보면 총 1863명(강사 등 포함) 가운데 CEO만 301명이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강연자를 제외한 참석자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돼있지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글로벌 기업 임원들이 수두룩하다. 지난해의 경우 앨 고어(Al Gore) 전 미 부통령,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객석에서 ‘18분의 마법’을 지켜봤다.



롱비치=김한별 기자



다보스포럼은 ‘정장’



TED는 ‘청바지’



같은 점·다른 점




TED콘퍼런스(이하 TED)는 종종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 경제 포럼(이하 WEF)과 비교된다. 세계적 규모의 ‘지성의 향연’이란 공통점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둘 사이의 차이는 유럽과 미국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크다.



 WEF가 세계 정치·경제에 관한 ‘거대 담론’을 논하는 자리라면 TED의 화두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첨단 기술이 선보이기도 하지만, “감기가 돌 때는 악수 대신 어깨로 인사하자는 배지를 달자”와 같은 소소한 아이디어도 소개된다. WEF가 ‘닫힌 모임’이라면 TED는 ‘열린 모임’이다. WEF는 가장 싼 기본 멤버십 가격이 5만 스위스프랑, 미화로 약 5만2000달러다. 가장 비싼 ‘전략적 파트너’ 멤버십의 연회비는 무려 52만7000달러나 된다. 그나마 세계 250대 기업이 아니면 가입도 불가능하다. 어느 쪽이든 다보스 행사장 입장료 1만9000달러는 별도다.



 TED는 가장 비싼 ‘콘퍼런스+북클럽’ 멤버십이 7500달러다. 콘퍼런스만 구경하면 6000달러, 실시간 웹캐스트 시청료는 500달러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WEF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더구나 콘퍼런스가 끝나고 나면 모든 콘텐트를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한다.



 모임 성격이 다른 만큼 분위기도 대조적이다. WEF의 드레스코드가 정장인 반면, TED는 캐주얼이다. 그것도 ‘비즈니스 캐주얼’보다 ‘크리에이티브 캐주얼’을 추천한다. 청바지 차림도 환영이다. 여자들에겐 웬만하면 하이힐을 신지 말라고 권한다.



 ‘뒤풀이’ 문화도 다르다. WEF의 파티는 샬레(스위스 전통 산장)를 통째로 빌려 우아한 칵테일 파티를 여는 게 보통이다. 반면 테드스터(TEDster·TED 참석자)들의 놀이문화는 철저히 캘리포니아풍이다. 밤새 술을 마시며 춤춘 뒤 다음날 새벽같이 일어나 조깅을 한다. 올해는 가라오케 파티도 연다.



롱비치=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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