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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덴만 작전’ 1등 공신은 인공위성

중앙일보 2011.03.01 00:25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미디어학부




지난달 중순 1m가 넘는 100년 만의 폭설로 강원도는 고립무원이 됐다. 바로 다음 날 인공위성 사진으로 본 영동 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하얗게 돼 있었다. 지난해 6월 말 국내 최초로 발사한 정지궤도 복합위성, 천리안이 찍은 사진이었다. 천리안 위성은 적도 상공에 머물며 위성방송, 통신, 해양관측은 물론 기상관측 서비스를 향후 7년간 제공할 예정이다. 좀 더 일찍 천리안 위성을 활용해 기상예측을 했다면 사전 대비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해 우리 군에 자부심을 갖게 한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도 위성은 숨은 공로자다. 구출작전에 나선 UDT 대원의 헬멧과 링스헬기, 저격수의 총 등에 무선영상전송시스템인 카이샷(KAISHOT)이 달려 있어 작전 과정을 현장 지휘부인 최영함에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이 영상은 인공위성을 통해 서울의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로 전송됐다. 이 덕분에 최영함과 합참은 현장 대원들의 움직임과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지켜보며 입체적으로 작전 지휘를 할 수 있었다.



 이제 위성은 과거 방송·통신서비스에 국한된 범위를 넘어 재해·재난 대비 기상관측과 군(軍) 정보화 등 보다 다양하게 활용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지상통신망에 너무 많이 의존해 국가기간 정보통신 인프라의 균형된 발전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산악 지역이 많고, 북한과의 대치 속에 국가안보상 취약 지역, 재난·재해 다발 지역이 많은 지형이라 지상통신망에 허점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도발 당시 나타난 통신 두절 사태다. 적의 포탄 몇 발로 연평도의 전력과 통신이 모두 끊기면서 암흑천지, 통신 두절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됐다.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이동통신기지국 가동이 멈춰 첨단 이동통신은 마비돼 버렸다. 방공호는 유선전화도 없이 바깥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통신 사각지대였다. ‘IT 강국 코리아’를 무색하게 만든 실제 상황이었다.



 이런 취약점은 연평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안보 관련 비상시 또는 재난·재해에 대비해 국가 기간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동안 국토가 협소해 위성통신망에 대한 효용성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됐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수년 전까지만 해도 위성은 멀리 떨어져 있어 지상과 통신을 하려면 단말기의 크기가 커야 한다는 기술적인 한계도 있었다.



 하지만 위성안테나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현재 쓰고 있는 스마트폰에 위성칩만 장착해 위성과 바로 통신이 가능하게 됐다. 평상시에는 지상통신망을 이용하다가 비상시에는 버튼 하나로 위성과 통화하도록 하는 ‘개인휴대 위성통신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산간, 연근해, 도서벽지 등 기존 통신 불통 지역은 사라지게 된다.



 이외에도 GPS 수신기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는 스마트폰과 결합되면 자기의 위치정보를 어떠한 상황에서도 외부에 알릴 수 있어 개인이 재난에 처했을 때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별도의 통신장비 없이 군 정보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미국은 이미 2009년 7월 테레스타(TerreStar) 위성을 쏘아 올려 지상과 위성 겸용 휴대통신서비스를 정부·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중국도 무선 데이터 트래픽 급증에 대비해 광대역 주파수 확보 차원에서 위성통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추세다.



 지난해 9월 코리아리서치의 차세대 ‘개인휴대 위성통신서비스’에 대한 이용 의향 조사에 따르면 1000명 가운데 924명이 긍정 반응을 보였다. 정부와 관련 연구기관·기업이 함께 협력해 차세대 위성서비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미디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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